tbs 즐거운 산책

선물 (2013년 9월 29일)

divicom 2013. 9. 29. 09:17

오늘은 9월의 마지막 일요일입니다. 추석이 아련한 옛일처럼 느껴지고 밤새 추적추적 내린 가을비가 마음까지 적신 듯합니다. 가을이 시작되었는가 했더니 벌써 끝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선물'에 대해 생각해보고 '엄마야 누나야'를 들었습니다.

일제 때 지어진 시에서 소월 김정식 시인이 염원했던 엄마와 누나와 함께 사는 평화로운 강변의 삶, 그 삶이 다시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느껴지는 정치의 시대... 그러나 이런 시절도 언젠가는 과거가 되겠지요. 


아래에 '즐거운 산책'에서 방송된 제 칼럼 '들여다보기'의 내용을 옮겨둡니다.



선물


추석 지나고 열흘이 되었지만

골목길엔 아직도 명절 때 받은 선물상자들이 보입니다.

한우세트, 비누세트, 과일세트... 아이 키만큼 쌓인 종이와 스티로폼 상자들,

이른 아침, 수레를 끌고 온 할아버지가 분주합니다.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고 하지만 저는 가슴이 뭉클합니다.

바쁜 일상 중에 저를 생각하고 무엇을 보내줄까 고민하고

시간을 내어 선물을 만들거나 사서 포장하고 우체국이나 택배회사에 가서 보내고...


돈 많고 힘 센 사람들이 주고받는 선물은 어떨지 몰라도

저 같은 사람에게 오는 선물엔 보낸 이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 선물을 받으면 가슴이 뭉클한 거지요.

 

선물을 풀 때, 먹을 때, 사용할 때마다 생각합니다.

내가 이 선물을, 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그러니 선물은 거울이고 채찍이고 빚입니다.

선물을 보내준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좀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합니다.

 

많은 선물이 오고간 명절 끝,

선물 받은 사람들이 모두 선물 값을 하려 하면

선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선물하는 사람이 늘면 받는 사람도 늘어날 테니

그 아름다운 순환 덕에 세상도 지금보다 따뜻해지겠지요.


할아버지도 이런 상상을 하신 걸까요?

상자를 접어 얹는 모습이 오늘따라 행복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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