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가을 (2013년 10월 6일)

divicom 2013. 10. 6. 09:45

내일 모레는 찬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입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남쪽엔 비가 뿌린다지만 서울은 아직 파란 하늘 흰구름입니다. 이럴 땐 되도록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녹스는 나무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목적 없이 걸으며 삶의 무상함을 생각해보는 거지요. 삶의 무상, 죽음 같은 것을 자주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천박해지지 않습니다. 이 소음과 천박의 시대를 건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 즉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친구가 되는 것이겠지요. 


오늘 tbs FM(95.1MHz) '즐거운 산책'에서는 사랑을 표현하는 작은 몸짓들, 알알이 노을인 감, 첫사랑의 향내를 담은 사과 등에 대해 생각해보고 동요 '가을'을 들었습니다. 바람이 서늘해질수록 사랑하기엔 좋습니다. 짧은 가을 아주 가기 전에 사랑하시길 빕니다. 아래는 '즐거운 산책'의 제 칼럼 '들여다보기'와 동요 '가을'의 가사입니다.




시월이 오니 감마다 노을입니다.

작년엔 감나무마다 탐스런 열매들이 다글다글했는데

올해는 열매도 적고 크기도 작습니다.

 

수십 년 세상살이에서 얻은 결론을 되새깁니다.

사람은 선악을 따지나 우주는 균형을 지향한다는 것이지요.

작년에 풍년들어 많이 먹은 감,

올해는 조금 열렸으니 조금 먹으면 됩니다.

 

한쪽에선 세상이 악화일로라고 탄식하고

한쪽에선 세상이 아직 살 만 하다고 웃습니다.

어떤 이는 사기꾼 천지가 되었다고 한탄하고

어떤 이는 아직 착한 사람이 많다고 감탄합니다.

 

선과 악, 사기꾼과 착한 사람, 그 총량을 달아보면

작년엔 많고 올해엔 적은 감처럼 균형을 이룰지 모릅니다.

그러니 중요한 건, 사기꾼과 착한 사람,

작년과 올해 열린 감의 개수가 아니고

내가 어떤 사람인가, 감이 잘 익었는가이겠지요.

 

하루의 아름다움은 노을에 있고 시월은 한 해의 노을입니다.

알마다 어여쁜 감들처럼

겉모습과 속내 두루 아름답게 노을 지고 싶습니다.

 


가을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 하노라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밭에 익은 곡식들은 금빛 같구나
추운 겨울 지낼 적에 우리 먹이려고
하느님이 내려주신 생명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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