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568

인연

오래된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합니다. 모두 전에 다니던 직장의 동료들입니다. 식탁 위를 오가는 얘기는 과거에서 시작해 현재로 흐릅니다. 과거가 강이라면 현재는 시내입니다. 시냇물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 갈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무도 마음 졸이지 않습니다. 모든 물은 바다에서 만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미래는 고작 의지를 북돋우지만 과거는 평화를 줍니다. 오늘의 세상은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앞으로'를 외치니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이 적으니 세상이 자꾸 싸움터가 되어 갑니다. 직장이 생활전선이라면 함께 일하는 동료는 전우입니다. 전우끼리 힘을 합해야 버틸 수 있는데, 살아남을 수 있는데, 이 자본과 상대평가의 시대는 전우끼리도 싸워야한다고 가르칩니다. 다..

나의 이야기 2010.01.22

제삿날 (2010년 1월 13일)

오늘은 제삿날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도 신경 쓸 것이 적지 않지만 돌아가신 분을 맞으려면 훨씬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영하 십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지만 문을 활짝 열어 청소를 하고 여기저기 묵은 때도 벗겨냅니다. 어제 장을 보았지만 오늘 한 번 더 나가야 합니다. 떡을 하지 못했으니 사러 가야 합니다. 나간 김에 두어 가지 더 사와야겠습니다. 여유 있는 살림은 아니지만 저 세상에서 이 세상까지 먼 길 오실 분을 생각하면 한 가지라도 더 장만해 상에 올리고 싶습니다. “제사? 쓸데없는 일이야. 귀신이 있어? 있다 해도, 와서 음식을 먹어? 귀신이 음식을 먹는다면 음식이 그대로 있을 리가 없잖아?” 똑똑한 친구가 힐난조로 하던 말이 떠오릅니다.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제사상에 올려놓은 음식은..

자유칼럼 201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