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2일

Q: 오늘 얘기?

 

A: 서울 광화문 광장에 아이스링크를 만든다고 한다. 작년까지는 시청 앞 서울광장에 조성했었는데 올해엔 서울 광장엔 북극체험관을 만들고 광화문에 아이스링크를 세운다고 한다.

 

Q: 뭐가 문제인가?

 

A: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돈 문제. 10월 초에 플라워카펫을 가을꽃으로 바꾸고 광장 주위 432개 대형화분에 국화, 로즈마리 등 심는데 1억 2천 만 원을 썼다는데 아이스링크 공사 한다고 한 달도 안 되어 걷어냈으니 무슨 낭비인가.

 

Q: 저런. 또 어떤 문제가?

 

A: 아이스링크를 만드는데 11억을 쓴다고 한다. 광장 바닥의 높이가 달라서 링크를 3개로 나눈다. 400평방미터짜리 가족 썰매장, 600평방미터짜리 초보자용 스케이트장, 1,250평방미터짜리 일반용 스케이트장. 여기에 11억을 쓰는데 1억 원은 서울시 예산, 10억원은 은행과 투자금융회사들로부터 협찬 받는다. 시설조성비용도 비용이지만 운영비가 엄청날 거다.

 

Q: 그렇다. 얼음을 얼리고 빙질을 유지해야 할 테니.

 

A: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얼음을 얼릴 때는 경유를 썼지만, 매연 발생 등의 문제가 있어 광화문 광장 아이스링크는 전기를 쓴다고 한다. 요즘 겨울 별로 춥지도 않은데 두께 17cm 의 얼음을 밤낮으로 유지하려면 전기가 얼마나 많이 들겠는가.

 

Q: 또 다른 문제?

 

A: 광화문광장은 큰 중앙분리대 같은 것. 차도 사이에 조성되는 아이스링크이니 안전 펜스를 두른다 해도 안전이 걱정이다. 얼음판 위에선 사람 마음대로 안 되니까. 더 중요한 문제는 아이스링크를 짓기로 한 결정 과정에 있다.

 

Q: 왜?

 

A: 아시다시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며 15명의 광장운영시민위원회」구성했다. 서울시 국장 3명,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 의원 2명, 서울시관광협회,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등 서울시의 영향력 아래 있는 단체장들이 여럿이라 발족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시민위원회가 아니고 ‘광장운영관계자위원회’ 같다고 했다. 아이스링크를 만들려면 당연히 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가 아이스링크 착공 계획을 발표한 건 10월 15일이고 시민위원회가 이 문제를 심의한 건 보름 후인 10월 30일이다.

 

Q: 결정은 서울시가 하고 사후에 시민위원회 심의에 부쳤다는 건가?

 

A: 그렇다. 이번 일을 보면 발족 당시 우려했던 대로 위원회가 들러리에 그쳤음을 알 수 있다. 서울시는 “다양한 시민고객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위원회를 발족시킨다고 했었는데, 그러려면 위원회를 이런 식으로 운영해선 안 된다. 게다가 ‘시민고객’이라는 말에도 어폐가 있다. 광장은 시민의 것인데 ‘고객’이라니. 그럼 광장은 서울시의 것이고 시민은 돈을 내고 광장을 이용하는 손님인가?

 

Q: 실제로 아이스링크 이용하려면 돈을 내는가?

 

A: 조금 낸다. 천원을 내면 스케이트와 헬멧을 빌려준다고 한다. 썰매도 천원을 내면 빌릴 수 있다. 혼자서 썰매를 탈 수 없는 어린 아이들은 썰매를 밀어줄 어른 한 사람과 같이 썰매장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엄마, 아빠하고 간 아이는 둘 중 한 사람만 선택해 들어가야 한다.

 

Q: 많이들 이용할 것으로 보나?

 

A: 서울광장의 경우 작년 이용객이 28만 명이었는데 광화문광장은 주변에 볼거리가 많아 훨씬 많은 사람이 이용할 거라고 한다. 광화문 일대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슬픈 일이다.

 

Q: 왜 슬픈가?

 

A: 광화문은 시내 한복판이지만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던 곳인데, 이젠 시장바닥처럼 되었다. 게다가 늘 공사 중이다. 지금 공사하는 이이스링크도 2월엔 철거해야 한다. 내년 6월 서울시장 선거 때까지 계속 이런 식일 거다. 시장 후보 중에 광화문을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이에게 표를 주겠다. 지금처럼 하면 광화문 광장에 매년 수십억 원을 쏟아 붓게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