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무슨 얘기?
A: 성폭력 피해아동에 대해 얘기. 엊그제 신문에서 10살짜리 의붓딸을 성폭행한 남자가 감형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남자가 구속된 후 세 아이와 함께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살던 부인이 항소심 법정을 찾아가 남편을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재판부에서는 호소를 받아들여 원래 4년이던 징역형을 3년 6개월로 줄여주었다고 한다. 그 부인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가면서도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Q: 뭐가 그렇게 분노할 일인가?
A: 성폭행을 당한 소녀의 어머니가 법원에 호소한 내용 중에 엄마로서 딸의 상처를 모르지 않지만 “딸아이는 엄마인 저보다 잘 극복했고, 제가 고통스러워할 때 오히려 저를 위로했습니다” 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잘못된 말이다. 성폭행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어머니라 해도, 당한 사람의 심정을 알 수가 없다. 1991년 1월에 일어난 김부남 사건을 생각해보라. 9살 때 성폭행을 당한 김부남씨가 서른 살이 되어 자신을 성폭행했던 남자를 찾아가 살해한 사건이다. 이번 경우처럼 함께 사는 사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그 상처가 더 크고 오래가는 건 당연하다. 이 소녀는 동생들과 자기를 키우느라 애쓰는 어머니를 위해 극복한 척 할 것이다. 의붓딸이든 아니든, 10살짜리 소녀를 성폭행한 32살 남자에게 겨우 4년 징역형이 선고된 것, 그런 남편을 위해 법원에 선처를 호소할 수밖에 없는 소녀의 어머니,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분노할 수밖에 없다.
Q: 재판부는 뭐라고 했나?
A: 조두순 사건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판결문을 읽다보면 아동성폭력을 다루는 법조인들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 그래야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겨우 서너 달 후에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거나, 어머니가 딸을 강간한 사람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고 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을 거다. 이 어머니는 네 식구가 먹고 살 수 없으니 남편을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남편이 없어도 네 식구가 먹고 살 수 있었으면 이렇게 호소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 어머니가 “세 아이의 엄마로서 본능적으로 무엇이 가장 최선인지를 감지할 수 있을”거라며 선처해주었다. 이런 감상적인 판결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Q: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A: 성폭력을 당한 소녀는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아동을 위한 해바라기 아동센터에 보내 상담과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그래야 정말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어머니도 함께 가서 상담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 어머니는 또 저소득 여성가장으로서 세 명의 아이들을 돌보며 살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력사건은 (2004년 721건에서 작년 1,220건으로) 계속 늘어 하루 평균 3.3건의 아동성폭력 사건이 일어난다. 신고를 하면 수사 과정에서 더 큰 상처를 받게 되는 일이 많아 신고율이 6,7퍼센트 밖에 안 된다. 피해자들이 다 신고했다면 작년에 일어난 아동성폭력 사건이 2만 건이 넘을 거라고 한다. 이런 판국인데 내년 아동성폭력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줄었다고 한다. 아동대상 성범죄는 재범률이 높아 범죄자의 치료재활이 중요한데 관련 예산이 8천만 원 가까이 줄었고, 전자발찌 관련 예산도 1억 2천만 원이나 줄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성범죄자 교육과 홍보, 유해매체 환경 감시에 쓰는 예산도 2억 가량 줄었다.
국가청소년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아동 성폭력방지 예산이 5백 억 원 가까이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내년 예산은 180억 원 정도 밖에 안 된다. 이런 상황이니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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