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632

존 스타인벡의 문장들2: 전쟁 (2023년 10월 26일)

국화와 코스모스가 계절을 장식하는데 뉴스엔 연일 전쟁 소식입니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가족과 친구와 연인을 잃고 누군가는 많은 사람을 살해했다고 훈장을 받겠지요. 이스라엘과 하마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말 이 전쟁들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다시 존 스타인벡의 문장들이 떠오릅니다. 에 나오는 문장들입니다. P. 50 They say a good soldier fights a battle, never a war. That's for civilians. 진짜 군인은 전투를 할 뿐, 전쟁을 하는 법이 없다지. 전쟁은 민간인들이 하는 거니까. P. 109 "Do you remember my decorations?" "Your medals from the war?" "They were ..

오늘의 문장 2023.10.26

존 스타인벡의 문장들1: 바보 (2023년 10월 23일)

대학 시절의 괴로움이 아르바이트였다면 즐거움은 도서관이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은 이 나라가 우후죽순처럼 성장하던 때라 대학을 졸업만 하면 취직이 되었습니다. 호황 덕에 텅 빈 도서관은 아주 소수의 차지였고 그들 중에 저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평생의 친구를 여럿 만났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큰 위로를 주는 사람은 미국 소설가 존 스타인벡 (John Steinbeck: 1902-1968) 입니다. 물론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는 66년을 살며 이렇게 큰 위로를 남겼는데 그의 나이를 넘겨 사는 저는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여러 가지 처음 겪는 일이 많았던 지난 10개월, 힘들 때도 있었지만 스타인벡 덕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스타인벡에게 위로받듯 제 문장들에 위로받으며 힘든 시기를 지나는 사람이 한..

오늘의 문장 2023.10.23

가을비 (2023년 10월 19일)

오랜만에 찾은 단골 카페 마당에서 수국들이 시들고 있었습니다. 대추를 떠나보낸 대추나무도 기운이 없어 보였습니다. 맞은편 장애인 주간 보호시설의 주차장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압니다. 앞마당을 붉게 물들이던 수국들과 데일 듯 뜨거운 여름 햇살에 오히려 빛으로 맞서던 대추나무 잎들, 주차장을 넘어 인도까지 넘나들던 장애인 시설의 자동차들을... 보이는 것은 늘 변하지만 진실은 그 변화 너머에 있는 것... 자박자박 문밖을 거니는 가을비, 시들던 수국과 기운 없는 대추나무를 반짝반짝 씻어 주겠지요. 주차장 바닥도 쌓인 먼지를 벗고 말개질 겁니다. 자박자박 비의 발소리를 들으며 시간처럼 진한 커피 마시고 싶습니다.

나의 이야기 2023.10.19

어느 날의 노트: 입안에 말이 적고 (2023년 10월 15일)

방안 정리를 시작했는데 이 일이 언제 끝날지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이쪽에 있는 책을 저쪽으로 옮기고 어쩌고 하며 책꽂이 한 칸을 간신히 비우고 나면 머리가 아파 더 이상 할 수가 없습니다. 버릴 책을 버리자고 시작한 일인데 버릴 책은 찾지 못하고 메모 쪽지 두어 장 버리는 게 고작입니다. 책상 위에 수북히 쌓인 메모지중에 한 장이 손에 들어옵니다. 법정 스님의 책 의 78쪽과 79쪽에서 옮겨 적은 글입니다. '입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는 옛사람의 가르침을 나는 잊지 않으려 한다. 하루 일과를 대충 마치고 나면 친구를 만나는 시간이다. 이 산중에는 믿음직한 몇몇 친구들이 있어 든든하다.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청랭한 개울 물소리를 ..

동행 2023.10.15

다시 9월이 가는 소리 (2023년 9월 30일)

추석 연휴와 함께 9월이 떠나갑니다. 귀향하는 사람들, 귀경하는 사람들, 떠나는 사람들과 돌아오는 사람들, 파란 하늘의 흰구름과 회색 구름... 그 모든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9월이 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부디 즐거운 만남이기를, 부디 다음이 있는 헤어짐이기를 기원하며 5년 전 이맘때 서울시 '50플러스 포털'에 연재하던 '김흥숙의 시와 함께'에 썼던 '구월이 가는 소리'를 사진은 빼고 다시 옮겨둡니다. [시와 함께 5] 구월이 가는 소리 혹독한 여름 끝 구월이 오는 소리도 못 들었는데 어느새 구월이 떠나갑니다. 여름 절반 가을 절반, 이번 구월은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여을’이었다고 할까요? 언젠가 구월을 기다리며 듣던 노래를 구월 막바지에 듣습니다. 구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꽃잎이 피는 소..

동행 2023.09.30

GO (2023년 9월 26일)

떠나고 싶지 않아도 떠나야 할 때가 있고 보내고 싶지 않아도 보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상황,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슬픔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슬픔 속에서 하는 수 없이 발견하는 행운... 그것이 우리를 위로합니다. 지미 스트레인 (Jimmy Strain)이 어제 디지털 싱글로 발표한 포크 음악 'GO'가 우리를 위로하는 까닭입니다. 아래는 지미가 직접 쓴 한글, 영문 가사와 유튜브 링크입니다. GO You’ve gotta go when you gotta go 가야 할 때는 가야 해요 You’ve gotta leave when you gotta leave 떠나야 할 때는 떠나야 해요 You have to let them go when they gotta go 떠..

동행 2023.09.26

틱 낫 한 스님의 음식 명상-당뇨병 예방법 (2023년 9월 18일)

텔레비전에서 미국 인구의 10퍼센트가 당뇨병 환자라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보도에 등장한 의사와 의학자들에 따르면 당뇨병의 가장 큰 원인은 과식입니다. 그 보도를 접하니 룸메이트의 입원 기간에 병원에서 다시 읽었던 틱 낫 한 스님의 음식에 대한 글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10일에도 이 블로그에 인용했던 스님의 책 의 25쪽에 나오는 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많이 먹고 빨리 먹는 건 당뇨로 가는 지름길... 음식을 앞에 두고 스님이 행하는 다섯 가지 명상을 배워 당뇨병을 피하시길 바랍니다. The Five Contemplations This food is the gift of the whole universe, the Earth, the sky, and much ha..

동행 2023.09.18

코리아타임스에 실린 김수자 전시회 '동심원' 기사 (2023년 9월 16일)

오늘 아침 코리아타임스 (The Korea Times) 인터넷판에 실린 김수자 전시회 '동심원'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기사가 너무나 좋았기 때문입니다. 코리아타임스 문화부 권미유 기자님께 감사하며 기사를 옮겨둡니다. 기사를 복사하여 붙여넣기를 시도했으나 그림 사진은 복사가 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코리아타임스 기사로 연결되어 그림과 작가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koreatimes.co.kr/www/art/2023/09/690_359247.html# Entertainment & Arts Sat, September 16, 2023 Kim Soo-ja's 'Concentric Circles' offers quiet response to noisy worl..

동행 2023.09.16

김수자 전시회 '동심원' 3 (2023년 9월 13일)

김수자 씨의 전시회 '동심원 (Concentric Circles)'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갤러리 담에서 진행 중입니다. 어제 예고한 대로 오늘은 그 전시를 소개하는 영문 자료를 올립니다. 중간에 갑자기 글씨가 커진 건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소치입니다. Press Release on Kim Soo-ja Solo Exhibition Color Pencils Erasing Digital Stains Amid the ever-increasing influence of social network services (SNS), the world grows more shallow and noisy than any other time. The digital craze encourages peopl..

동행 2023.09.13

김수자 전시회 '동심원' 2 (2023년 9월 12일)

어제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갤러리 담에서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자 씨의 전시회 '동심원'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래에 전시회 소개글을 옮겨둡니다. 지면 관계상 오늘은 우리말로 쓴 글만 올리고 내일은 영어로 쓴 글을 올리겠습니다. 글을 쓴 사람이 누구냐고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색연필로 지우는 디지털시대의 얼룩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력이 날로 확대되며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럽고 천박하다. 사람들은 디지털 광풍을 타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오염시킨다. 가장 큰 해악을 저지르는 건 어줍잖은 지식을 떠벌려 소음을 가중시키는 사람들과 예술가연함으로써 예술의 격을 떨어뜨리는 사람들이다. 40년 경력의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자는 특유의 묵묵함으로 소음쟁이들과 사이비 예술가들이 남기는 시대..

동행 2023.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