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132: 전문가 (2022년 8월 29일)

divicom 2022. 8. 29. 11:13

아래층 목욕탕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은 지

20일... 마침내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아래층에 사는 분들은 세수하다가 뒷머리에 똑똑

떨어지는 물을 맞았으니 얼마나 불쾌했을까요?

우리 가족들은 삼십 도가 넘는 더위에 목욕탕을 사용할 수 없으니

영 불편했습니다.

 

물 떨어지는 것을 보러 아래층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현관문엔 '0000교회'라 쓰인 작은 명찰 같은 게 붙어 있고

문을 여니 정면에 크고 아름다운 예수님의 초상이 걸려 있었습니다.

 

목욕탕에 들어가 증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돌아왔는데

문제에 대한 걱정이 큰 만큼 초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많지만 그 집들 모두 예수님의 초상을

입구에 걸어두진 않을 테니까요. 

 

두 명의 '누수 전문가'가 다녀갔지만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고

세 번째 전문가가 문제를 찾아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란 모름지기 그런 사람이겠지요.

 

어쩌면 아래층 입구에서 들어서는 사람들을 맞아주는 예수님도

'누수 전문가'로서 거기 계신 건지 모릅니다.

그 집에 사는 사람들 누군가가 슬픔이나 좌절을 숨기느라 고개를

숙이고 들어설 때, 혹은 똑똑 눈물을 흘리며 들어설 때, 그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그곳에 계신 건지 모릅니다.

 

저 같은 보통 사람은 예수님 같은 전문가는커녕 목욕탕 문제를 해결한

전문가도 될 수 없겠지만... 혹시 아주 소수의 누군가에게라도 '전문가'로

쓰일 수 있을까요?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