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꽃이 빗속에 떨어집니다.
올려다 보던 꽃들을 내려다봅니다.
저 환한 빛의 다른 이름이 깊은 어둠은 아닐까요.
허공에서 꽃이었던 능소화는 지면에 누워도 꽃,
여전한 꿈!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블로그 '시시한 그림일기'에서 본
능소화를 아래에 옮겨둡니다. 맨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https://blog.kakaocdn.net/dn/bjBleT/btrH0b0fRMr/1JttxxMRjWn2C5IVmD4GI1/img.jpg)
종이에 색연필
넝쿨 꿈을 꾸던 여름
이혜미
떨어진 능소화를 주워 눈에 비비니
원하던 빛 속이다
여름 꿈을 꾸고 물속을 더듬으면
너르게 펼쳐지는 빛의 내부
잠은 꿈의 넝쿨로 뒤덮여 형체를 잊은
오래된 성곽같지
여름을 뒤집어 꿰맨 꽃
주홍을 내어주고 안팎을 바꾸면
땅속에 허리를 담근 채 다른 자세를 꿈꾸는
물의 잠시(暫時)
꽃은 물이 색을 빌려 꾸는 꿈
옛 꽃들에 둘러싸인 검은 돌벽 위로
생소한 돌기를 내뿜으며
무수히 가지를 뻗는 여름의 넝쿨
눈 없는 잎사귀들처럼
뜨거운 잠의 벽을 기어오르면
눈동자 위로 쏟아져 내리는
빛의 손가락들
입술을 뒤집고 숨을 참으니
원하던 꿈속, 물꿈 속
<뜻밖의 바닐라. 문지시선>
색안경 없이는 다닐 수 없을 만큼의 태양아래서도 이름처럼 '하늘을 능멸할' 정도의 기세로 거슬러 오르는 능소화의 붉은 빛이 시선을 잡는다. 긴 가뭄에 생기를 잃은 다른 식물들과 달리 어찌나 꼿꼿한지, 청초함이 부럽다. 말복의 절기 앞에서 긴 여름도 퇴장을 준비 하는지, 활짝 열린 문들로 시원한 바람이 들고나니 살것같다! 열대야가 물러가는 오늘 밤은 기분 좋은 꿀잠을 잘 수 있을까?
[출처] 넝쿨 꿈을 꾸던 여름 - 이혜미|작성자 illust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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