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785

아! 국립현대미술관 (2022년 8월 13일)

젊은 그림 수집가들이 늘어나며 미술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지만 의미 있는 전시와 볼 만한 전시를 만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지난 5월엔 연희동 일원에서 열리는 연희아트페어에 갔다가 고개를 저으며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작은 갤러리들을 연계해 여는 미술 행사인데 손과 머리의 거리가 아주 먼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가서 눈을 씻어야겠구나... 현대미술관의 세 관 중에서도 덕수궁관을 좋아하니 덕수궁에 가야지... 그러다 어제 신문에서 아래 글을 보았습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에게 감사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8110300055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국..

동행 2022.08.13

꽃은 물의 꿈 (2022년 7월 23일)

능소화 꽃이 빗속에 떨어집니다. 올려다 보던 꽃들을 내려다봅니다. 저 환한 빛의 다른 이름이 깊은 어둠은 아닐까요. 허공에서 꽃이었던 능소화는 지면에 누워도 꽃, 여전한 꿈!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블로그 '시시한 그림일기'에서 본 능소화를 아래에 옮겨둡니다. 맨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시 한편 그림 한장 넝쿨 꿈을 꾸던 여름 - 이혜미 illustpoet ・ 2018. 8. 16. 21:22 URL 복사 이웃추가 종이에 색연필 넝쿨 꿈을 꾸던 여름 이혜미 떨어진 능소화를 주워 눈에 비비니 원하던 빛 속이다 여름 꿈을 꾸고 물속을 더듬으면 너르게 펼쳐지는 빛의 내부 잠은 꿈의 넝쿨로 뒤덮여 형체를 잊은 오래된 성곽같지 여름을 뒤집어 꿰맨 꽃 주홍을 내어주고 안팎을 바꾸면 땅속에 허리를 담근..

동행 2022.07.23

매미야 매미야 (2022년 7월 16일)

변덕스런 하늘 아래 산책길 눈 밝은 동행이 보도 한쪽을 가리킵니다. "말매미가 죽었네." 매미 울음소리 한 번 듣지 못했는데 벌써 죽다니요? 기분이 나쁩니다. 초복이 되도록 말매미 참매미 아무도 울지 않습니다. 인터넷엔 매미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들의 글이 있는데 왜 우리집에선 들을 수 없는 걸까요? 뒷산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쓰으으... 말매미 울음소리 매앰 맴... 참매미 울음소리 어서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눈물 없이 완성되는 인생이 없듯 매미 울음 없이 완성되는 여름은 없으니까요. ----------------------------------------------- 어제 위의 글을 썼는데 오늘 매미에게서 답장이 왔습니다. 7월 17일 오전 7시 20분에 도착한 참매미의 답장은 "뛰들뛰들... 매..

동행 2022.07.16

노년일기 127: 절교 무심 (2022년 7월 15일)

전에도 이 블로그에 밝힌 적이 있지만 저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금쪽 같은 내 새끼'의 팬입니다. 아니 그 프로그램이 언제 방영되는지조차 모르니 프로그램의 팬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중심인 오은영 박사의 팬입니다. 밝고 자연스러운 얼굴, 정확한 우리말, 경청하는 태도, 전문가적 처방... 모든 전문가들이 오 박사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든 아니든 이 나라 국민 모두 그의 프로그램을 보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오 박사의 프로그램을 볼 때면 언제나 부모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지적인 능력과 상황에 대응하는 힘은 물론 사람을 대하는 방법과 예의까지도 다 부모를 통해 습득하니까요. 그 '습득'은 태어난 후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시..

동행 2022.07.15

노년일기 126: 노인의 얼굴 (2022년 7월 9일)

가능한 한 단순하게 살려 하지만 어젠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새벽엔 모기에 네 곳을 물렸고 오전엔 아름다운서당 이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이사회 참석 중에 문자를 받았습니다. 오빠가 응급실에 갔는데 꽤 오래 입원해야 할 것 같으니 집에 혼자 계실 어머니를 챙겨달라는. 칠십 대의 이사장 님은 '전엔 즐겁게 하던 일이 이젠 힘에 부친다'며 이사장 직을 내려놓겠다고 하셨고, 이사 중 한 분은 생애 처음으로 깁스를 했던 왼팔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힘겨워 했습니다. 오후. 오전에 치과에 다녀오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 치료에 대해 여쭈니 질문엔 답변을 안하시고 딴소리만 하셨습니다. 새로 산 보청기가 이상해 안 들리신다기에 목소리를 크게 하여 대화를 시도했더니 금세 목이 갈라지고 머리가 빙빙 돌아 쓰러질 것 ..

동행 2022.07.09

한국인 최초 필즈상 (2022년 7월 6일)

이 블로그에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Fields Medal)'에 관한 글을 올리는 건 두 번째입니다. 2017년 7월 최초의 여성 수상자인 이란의 마리암 미르자하니의 요절을 애도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미르자하니의 나이 겨우 마흔이었습니다. 필즈상은 마흔 살 아래의 수학자만 받을 수 있는 상으로, 미르자하니는 2014년에 받았습니다. 이번 글은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수포자의 나라'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미국에서 공부해 마침내 필즈상 수상자가 된 허준이 (June Huh) 프린스턴대 교수에 관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가졌지만 부모 모두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다녔으니 한국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그의 국적이 미국이..

동행 2022.07.06

쿠쿠루삥뽕 (2022년 7월 3일)

글 제목 옆에 괄호를 열고 '2022'를 쳐 넣으려 했는데 오른손 약지가 0 대신 9를 치는 바람에 '2922'년이 되었습니다. 와, 키 하나 잘못 쳤을 뿐인데 9백 년 후! 그때도 지구가 있을까요? 지구에 사람이 살까요? 한반도는 어떨까요? 한반도엔 지금 한국인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살까요? 언어는 어떨까요? 한국어는 그때도 살아 있을까요?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 같은 일이 일어나 그때 지금 제가 사는 동네에 사는 사람과 제가 만난다면 언어로 소통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동시대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조차 해득 불능이니까요. 하수정 북유럽연구소 소장이 경향신문에 연재하던 칼럼이 끝난다고 합니다. 하 소장의 글은 대부분의 다른 칼럼들과 달라 좋아했는데... 서운합니다. 하 소장과 북..

동행 2022.07.03

그녀를 그리다 (2022년 6월 26일)

인숙이 떠난 지 9년, 저승의 시간은 이승의 시간보다 빨라 인숙은 버얼써 이곳을 잊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우리들의 사랑... 오이 향기 속에도 대파의 하양과 초록 속에도 있습니다. 내년 그녀의 10주기를 앞두고 그의 남편 박상천 시인이 아내를 그리고 기리는 시집을 냈습니다. . 인숙과 함께한 시간을 다 합해도 일년이 되지 않을 제가 이럴진대, 그와 근 30년을 함께 산 남편의 그리움은 어떨지... 짐작은 오만이겠지요... 박 시인의 시들 중 몇 구절을 옮겨 적으며 인숙을 그립니다. 말없음표는 문장의 생략을 뜻합니다. "마트에서 길을 잃다 ... 당신과 함께 장을 보러 가던 마트에 이젠 혼자 가게 되었습니다. ... 그러다가 문득 앞서가던 당신이 보이지 않아 난 갑자기 멍해지고 불안해집니다...

동행 2022.06.26

00을 선택할 권리, 그리고 '청원' (2022년 6월 20일)

왜 제목에 '00'을 넣었냐고요? 그건 제목 때문에 이 글을 피하는 사람이 없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제목에 '죽음'이 들어간 글은 그렇지 않은 글보다 읽는 사람이 적습니다.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단어조차 싫어하나 보다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삶을 깊이 사랑하고 삶에 열중하다 보면 그렇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살래야 살 수 없고, 죽음을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죽고 싶은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법률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은 죽고 싶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원히 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죽음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의 선택권은 허용되기 어렵습니다. 삶은 아이러니의 연속이지만 그 아이러니는 때로 너무나 잔인합니다. 아래 칼럼을..

동행 202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