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970

이영애 씨에게 (2024년 1월 9일)

저는 배우 이영애 씨를 좋아합니다. 그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이름에 걸맞게 처신합니다. 이 나라에 이영애 씨 같은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어머니가 누워 계신 방엔 세 분의 고령 환자들이 계십니다.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한 분들입니다. 오후 세 시가 되도록 어머니 곁에 붙어 있다 잠시 병실 근처 휴게 공간에서 때늦은 점심을 먹는데, '아퍼? 어디가 아퍼!' 잘못한 아이를 야단치는 듯한 큰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니 병실로 달려가니 4, 50대로 보이는 간호사가 젊은 동료를 옆에 두고 아흔넷 어머니에게 반말로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청력이 나빠 못 들으실까봐 큰소리쳤겠지 하고 이해한다 해도 반말은 용서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시엔 기가 막혀 명찰을 볼 생각도 못했는데 나중에 다시 ..

동행 2024.01.09

노년일기 205: 지금, 준비 중입니다 (2024년 1월 7일)

나이 든 사람들은 종종 얘기합니다. '자다가, 고통 없이 죽고 싶어' 라고. 누군가 자다가 죽었다는 얘기를 가끔 듣지만 그가 고통도 없이 죽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고통이 있었다 해도 몇 시간의 고통이었을 테니 부러움을 살 만합니다. 그 고통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생(生)과 사(死)를 잇는 다리 위에 계시는 듯한 어머니를 보며 살아가는 일과 죽어가는 일을 생각합니다. 사고사나 자살이 아닌 한 죽음도 삶처럼 서서히 진행되는 '과정'입니다. 삶의 과정과 죽음의 과정이 결정되는 건 언제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삶의 과정은 대개 10대 초반에 결정되고, 죽음의 과정은 65세 전후에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15세쯤 어렴풋하게나마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구나 깨닫고 그것을 좇아 살다가 65..

나의 이야기 2024.01.07

솔 벨로의 문장들 4: 분노의 힘 (2024년 1월 5일)

시간이 투스텝으로 달아나는 아이 같습니다. 사위어가시는 어머니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 차 문득 고개 들면 그새 2, 3일이 지나 있습니다. 요절한 가난한 선비의 딸로서 어려서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교육이라곤 일제 때 야학에 다닌 게 전부였지만, 어머니는 제가 아는 누구보다 정의로웠고, 정의로운 분노를 망설임 없이 표출해 손해를 입은 적도 많았습니다. 바뀌어 가는 세상에서도 어머니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흔이 넘도록 신문을 보시며, 부정을 저질러 이익을 취하는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을 가차없이 비판하시는가 하면, 윗사람이 성희롱이나 성 착취를 할 때 훗날의 피해나 불이익을 생각해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맞서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근 94년 생애 동안 어머니의 정신을 지켜준 건 바로 그..

오늘의 문장 2024.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