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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일기 207: 강물이 흘러가는 곳 (2024년 1월 17일)

가끔은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망연히 바라보곤 했는데, 근래엔 한참 그러지 못했습니다. 강물을 바라보는 건 생生을 바라보는 것인데... 그러다 헌책방에서 산 작은 책을 읽었습니다. 팀 보울러(Tim Bowler)의 . 표지에 강이 있어 이 책을 집어든 건지 모릅니다. River Boy는 뭐라고 번역해야 할까요? '강물 소년'이 될 수도 있고 '강의 소년'이 될 수도 있겠지요. 이 소설의 '강'은 인생을 은유한다고 합니다. 소설의 첫 장이 시작하기 직전 페이지에 구약성경의 전도서에 나오는 구절이 있습니다. Ecclesiastes 1:7 All the rivers run into the sea; yet the sea is not full; unto the place from whence the rivers c..

동행 2024.01.17

솔 벨로의 문장들 5: 좋은 남편 (2024년 1월 13일)

제가 9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지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아버지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밤중에 자신을 해치러 온 사람을 감복시켜 들고 온 칼을 두고 나가게 하신 '영웅'이니까요. 그런 아버지지만 상대하면 늘 지는 대상이 있었으니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에게 몰리면 아버지는 "밖에 나가면 다들 내게 고개를 숙이는데. 저 조그만 여자만 나를 만만히 본단 말이야" 하시며 겸연쩍게 웃으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좀 다정하게 굴 걸, 아버지를 좀 인정해 드릴 걸 하고 후회하신 적이 많았고, 이제는 병실에서 아버지와 만날 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 부모님의 경우도 그렇지만, 부부란 일반적인 힘의 법칙이나 관계의 법칙을 적용할 ..

오늘의 문장 2024.01.13

노년일기 206: 재활용 어려움 (2024년 1월 11일)

선물받은 수분크림을 다 썼습니다. 빈 통을 재활용품 수거함에 넣으려다 보니 통 표면에 통은 PET, 뚜껑은 Other라고 표기되어 있고 Other 아래에 '재활용 어려움'이라고 써 있습니다. 며칠 전 선물받은 다른 수분크림을 꺼내 봅니다. 통은 플라스틱, 뚜껑은 PP '재활용 우수'라고 써 있습니다. 혹시 사서 쓰게 된다면 이 제품을 써야겠습니다. 병원에 드나들며 고령의 환자들을 많이 보아서 일까요? 전 같으면 공분을 일으켰을 '재활용 어려움'이 어머니 병실의 노인들을 상기시켜 슬픔을 일으킵니다. 우리 어머니를 비롯해 그 방의 모든 분들은 각자 타고난 능력은 물론 타고나지 못한 능력까지 동원하며 죽어라 살아내신 후에 지금에 이르렀을 겁니다. 언젠간 내 몸도 재활용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

동행 2024.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