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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벨로의 문장들 4: 분노의 힘 (2024년 1월 5일)

시간이 투스텝으로 달아나는 아이 같습니다. 사위어가시는 어머니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 차 문득 고개 들면 그새 2, 3일이 지나 있습니다. 요절한 가난한 선비의 딸로서 어려서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교육이라곤 일제 때 야학에 다닌 게 전부였지만, 어머니는 제가 아는 누구보다 정의로웠고, 정의로운 분노를 망설임 없이 표출해 손해를 입은 적도 많았습니다. 바뀌어 가는 세상에서도 어머니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흔이 넘도록 신문을 보시며, 부정을 저질러 이익을 취하는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을 가차없이 비판하시는가 하면, 윗사람이 성희롱이나 성 착취를 할 때 훗날의 피해나 불이익을 생각해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맞서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근 94년 생애 동안 어머니의 정신을 지켜준 건 바로 그..

오늘의 문장 2024.01.05

1월 3일의 다짐 (2024년 1월 3일)

활동적이시던 어머니가 몸을 일으키시지도 못하고 침묵으로 자식들을 가르치십니다. 어머니는 어느새 당신 몸 크기의 거울입니다. 자식들은 그 거울에 늙어 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비춰봅니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은 늘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낯익은 다짐이지만 아직 실천하지 못했으니 다시 상기하며 강고히 해야 합니다. 졸저 의 1월 3일자 글에도 그 다짐이 실려 있습니다. 아이고... 새 달력을 걸며 새해가 되었지만 세상은 지난해와 다르지 않습니다. 아침을 여는 해도 밤을 밝히는 달도 그대로이고 1월의 바람도 12월의 바람처럼 비릿하고 차갑습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연도와 달력은 뭐 하러 바꾼다지?’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연도와 달력이 바뀌어 다행입니다. 연도가 바뀌지 않으면 12월 다음에 13월이 오고 13..

나의 이야기 2024.01.03

노년일기 204: 인생을 다시 산다면 (2023년 12월 31일)

2023년의 마지막 날. 다 잤다는 기분이 들어 시계를 보니 새벽 네 시. 어젯밤 11시 반쯤 잠자리에 들었으니 좀 더 자야할 거야 생각하며 누워 있었지만 떠난 잠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상승은 드물고 낙하는 풍성했던 일년. 중력이 있는 지구에선 떨어지는 게 당연하겠지만 한 번쯤은 중력을 이기고 싶었는데 ... 그래도 사랑 많은 한 해였습니다. 아는 사람들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늘 기도하며, 지혜와 용기가 그들과 함께하기를 빌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친구들은 선물과 다정한 말로 격려해 주고,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친절로 위로해 주었습니다. 다시 새 달력을 걸며 자문합니다. 지나간 일년을 다시 산다면, 아니 지나간 인생을 다시 산다면, 다르게 살까... 어린 시절 아버지의 책상에 앉아 책을 읽던 시..

나의 이야기 202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