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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일기 188: 나의 잘못! (2023년 9월 6일)

먹는 것, 그중에서도 단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제 룸메이트가 단 것을 먹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흰밥, 떡, 팥빵, 과자, 유과, 곶감, 수박, 잼, 고구마, 콜라 등... 오래 좋아하던 것들과는 멀어지고 양배추, 토마토, 버섯, 우유, 오이, 당근, 미역, 두부, 톳, 콩 등과 더 돈독한 사이가 되어야 합니다. 혈당이 많이 높아져서 식이요법이 필수가 된 지금, 룸메는 어떤 마음일까요? 좋아하는 떡과 잼 바른 빵을 먹지 못하게 되어 기분이 나빠졌을까요? 아니면, 그래도 아직 먹을 수 있는 게 많으니 다행이라고 안도할까요? 그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음식 만들기 좋아하는 제가 그의 혈당을 올리는 데 한몫했다는 것이지요. 그가 어린 아이였을 때, 막내아들 귀엽다며 사탕을 물려주시던 아..

동행 2023.09.06

김수자 전시회 '동심원' 1(2023년 9월 3일)

가끔 이 블로그에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자 씨의 그림을 올릴 때가 있습니다. 아시는 대로 김수자 씨는 제 동생 중 한 명인데, 그는 여러모로 언니인 저보다 훌륭합니다. 그가 근 3년 혈액암으로 고생할 때는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고통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지만 고통은 나눌 수 없는 것... 그가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어주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뿐이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투병 전후에 그린 그림들을 모아 북촌 윤보선 가 부근 갤러리 담에서 전시회를 엽니다. 11일부터 20일까지 낮 12시부터 열린다니 시간이 허락할 때 찾아와 격려해 주시면 깊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제가 특별히 감사를 표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카페에 다달이 선결제를 해주는 수양딸 ..

동행 2023.09.03

9월은 (2023년 9월 1일)

9월은 개선장군 귀뚜라미 웃음 소리 매미 시신들 위를 날고 오래 전 어둠을 빼앗긴 밤 저만치 엉거주춤 슈퍼블루문* 달아나네 14년 후에나 돌아온다고 지금 나를 조롱하는 자들 14퍼센트쯤 바라기는 41퍼센트쯤 오늘의 매미처럼 적막한 날 9월은 개선장군 승리의 슬픔으로 반짝이는 *슈퍼블루문(super blue moon): 2023년 8월 31일 밤 한반도에 찾아온 보름달. 14년 후에 다시 온다 함.

나의 이야기 2023.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