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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25년 6월 25일)

75년 전 오늘은 일요일이었습니다. 그날 새벽 4시, 북한이 남한을 침략해 6.25전쟁이 일어났습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정부 통계로 약 137만 4천 명이 사망했습니다.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들이 포함되면 사망자가 150만 명에 이를지 200만 명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전투기나 핵무기의 성능은 추산할 수 있지만한 사람의 능력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한 사람이 죽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6.25전쟁 중 죽은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지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어마어마한 것을 잃고도무엇을 잃었는지 모르게 하는 것이 전쟁입니다. 그래서 전쟁은 가장 어리석은 낭비이고 악 중의 악입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진행 중입니다. 인간의 문명이..

동행 2025.06.25

노년일기 260: 배우의 퇴장 (2025년 6월 22일)

겨우 며칠 누워 지내다 운동화를 신었는데발이 낯설다 합니다. 발의 불평을 못 들은 척밖으로 나갑니다. 골목도, 길가의 꽃들과 고양이들도모두 그대로인 듯합니다. 눕기 전에는 걸어다니던 시장, 버스를 타고 갑니다.채소와 과일을 싸게 파는 가게들, 쪽파를 다듬고마늘을 까놓고 팔던 할머니들의 노점도 그대로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쯤 가던 채소 가게. 목청껏 호객하는사장님, 아무리 여러 가지 채소를 사도 금방 계산해내는계산원 아주머니, 비닐 봉지에 담긴 채 매대에 누운로메인과 깻잎과 청경채 모두 그대로입니다. 저는 삶의 무대 위에서 잠시 사라졌다 나타났지만 무대는 그대로입니다. 이번엔 누워 있다 일어났지만 언젠가는 일어나지 못하는 때가 올 거고, 그러면 저라는 배우가 무대에서 영영 사라지게 되겠지요. 우리는 모두..

동행 2025.06.22

노년일기 259: 감기 선생 (2025년 6월 19일)

남들 눈엔 아무 것도 안 하고 사는 하루하루인데도제 몸엔 버거운가 봅니다. 또 감기에 걸려 느리게흘러가는 시간 속을 유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감기의 증세가 심해진다는겁니다. 전에는 별다른 증세 없이 열만 올랐고타이레놀 몇 알 먹으면 호전되었는데, 이젠 기침까지하는 데다 타이레놀을 먹어도 물러갈 생각을하지 않습니다. '감기 선생, 내가 좀 부주의했소. 이제 조심할 테니좀 봐주시오!' 그러나 감기 선생은 듣는 둥 마는 둥 떠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고약한 감기에게도 고마운 점은 있습니다.첫째는 감기 덕에 30도가 넘는 날에도 더위를 느끼지못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제 몸의 노화에 대해 더 잘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더위를 느끼지 못하니 선풍기도 켜지 않고 지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나의 이야기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