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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일기 283: 고마워, 늙은 눈!(2026년 4월 26일)

아마도 제 생애 마지막 안경이 될 안경을 맞춘 지거의 한 달이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양쪽 눈의 시력차이가 심했는데 나이가 들어도 차이는 줄지 않았습니다.양쪽 눈을 평등하게 사용하니 그렇겠지요. 왼쪽은 -17, 오른쪽은 -13이지만, 안경을 만들 때는왼쪽 -13, 오른쪽 -11로 맞춰 교정 시력 0.3이 되었습니다. 도수가 너무 높으면 안경을 통해 보는 세상과 안경 가장자리 밖으로 보이는 세상의 편차가 너무 커서 어지러우니까요. 네 번이나 압축한 렌즈 두 개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걸 보니 늙긴 늙었나 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처음 안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안경 끼는 삶을 불평한 적은 없습니다. 안경 덕에 읽고 싶은 책을 다 읽고 보고 싶은 하늘도 마음껏 올려다 보며 살았습니다. 겨울에 추운 곳에 있..

나의 이야기 2026.04.26

열무 한 단, 열무 삼십 단 (2026년 4월 24일)

열무 한 단을 얼갈이배추와 섞어 김치를 담갔습니다.열무의 푸른 잎과 줄기, 손가락을 닮은 흰 뿌리가 꽃처럼 어여쁜데, 어여쁜 만큼 가슴도 아팠습니다.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이 떠올랐습니다. '엄마 걱정'을 읽을 때면 언제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그를 농담을 가장한 독설로 내치고 평생 미안한 마음으로 그를 회상하는 제 어리석움과 마주 섭니다. 아름다운 것은 단명하다더니 그는 37년 전, 겨우 28세에 나비 되어 날아가고 저는 나는 게 힘든 늙은 새로 남아 있습니다.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빈방에..

동행 2026.04.24

'보은' 정치, '보은' 인사 (2026년 4월 22일)

대통령이 바뀌면 세금이 지원되는 기관들의 대표들도 따라서 바뀝니다.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이던 시절,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조력했던사람들에게 '보은(報恩)'하기 위해 기관의 장(長)으로 임명하는 것이지요. 새로 임명되는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일은 갈수록 드물어지고, '아무리 그래도 이 사람을?' 하게 하는 인사는 자꾸 많아집니다. 요즘새로 불린 이름들을 보면 임명하는 사람도 문제고, 임명을 받아들이는사람들도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은혜를 갚으려는 사람이 좋은 자리에앉으라고 해도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는 자리는 거절해야 하니까요. 상황이 이러니 어제 청와대 앞 광장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시위를 벌인것이지요. 시위한 분들의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한 가지 표현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동행 202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