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새가 날지 않는 하늘 (2012년 9월 15일)

divicom 2012. 9. 15. 10:16

가을 바람이 불어오니 새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집니다. 따뜻한 곳으로 떠나는 새들, 우리나라에서 겨울 을 나기 위해 날아오는 새들... 바라보는 눈에는 다만 아름다운 비상(飛翔)과 비행이 때론 목숨을 걸어야 하는 모험이라고 합니다. 저 하늘에 날아다니는 새가 없다면? 그런 일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사람도 살기 힘든 땅, 이곳을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새들에게 감사하며, 오늘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에서는 허만하 시인의 시 ‘새’를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는 2002년 출간 20일 만에 2쇄를 찍은 시집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주도 저지곶


새들이 최후의 숲을 떠났다

하늘에서 대오를 흩으며

저마다 멀어져 갔다

둥지를 잃은 새는

언젠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날개 소리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는

누구도 하늘에 대해서 말하기 힘들다

하늘에는 잠시 새의 얼룩이 묻어 있을 뿐

하늘은 없는 것처럼 잠복해 있다

새가 날지 않는 하늘은

내가 모르는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