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여학생 가출 (2011년 2월 8일)

divicom 2011. 2. 8. 09:08

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5년간 가출 청소년 신고 현황에 따르면 여학생 가출 건수는 2005년 7099건에서 2009년 1만 3462건으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전체 가출청소년에서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중도 53.4%에서 60.4%로 늘면서, 남학생의 비중은 46.6%에서 39.6%로 떨어졌습니다.

오늘 서울신문에 실린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사춘기의 복잡·미묘하고 여린 감수성이 여학생 가출 급증의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가정불화 등 주변의 문제에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심리적인 상처를 받기 쉽다는 겁니다. 서울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김경희팀장은 "가정 내 이혼·별거·불화 등이 발생하면 여학생은 엄마의 역할을 맡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되며 "가정 상황이 어려움에 처할수록 아버지를 중심으로 견고한 가부장적 문화가 형성돼 감수성이 예민한 여학생이 견뎌 내기 쉽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즉 이혼율 증가 등으로 가정 해체 빈도가 높아질수록 여학생의 가출도 증가하게 된다는 겁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해숙 선임연구위원은 "가정 해체가 발생하면 가정 유지의 책임이 아들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생기는데 그것에 대한 반발과 자신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불안감이 생기면서 딸이 집밖으로 나오게 되는 동력도 많아"진다고 말합니다. 서울여대 청소년학과 문미옥 교수는 "예전에는 순종적인 성향을 가졌던 여학생들이 일종의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가출 청소년들 스스로 밝히는 이유도 전문가들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아,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억눌리며 받는 스트레스가 가출의 주요 원인이라고 합니다. 서울 금천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수정(18·가명)양은 "아빠가 오빠의 외박은 허락하면서 나는 항상 집에만 있게 했다. 게다가 고된 집안일을 도맡아 하게 했으며, 그마저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때리기 일쑤여서 집을 나왔다."고 합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출을 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가출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남학생은 놀려고 가출하지만 여학생은 돈 벌려고 나온다."는 인식이 많다고 합니다. 서울 강서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하는 이정민(17·가명)군은 "여자애들은 조건만남 등 성매매를 통해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남자보다 가출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가출한 여자 청소년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합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일시적으로 잠자리 문제만 해결해 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여학생들의 임신·낙태·출산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 쉼터에서 성교육과 생활교육을 강화하고 지역별로 부족한 쉼터를 추가적으로 설치해 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정 위원과 여성가족부 관계자의 얘기는 이미 가출한 여학생을 지원하는데 집중되어 있는데, 가출 자체를 막는 방법은 없을까, 마음이 아픕니다. 가정이 해체 위기에 놓일 때 정부나 사회단체가 개입하여 청소년 구성원들의 상처를 최소화할 수는 없을까요? 이혼하는 부부는 누구나 자녀들의 고통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받게 하면 어떨까요? 쉽터가 이미 가출한 사람을 돕는 일보다 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을 도와 가출을 막을 수는 없을까요?

 

자기 마음 속에서 싹트는 가출의 열망이든, 마음 밖의 상황으로 인해 가출을 생각하든, 가출을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가장 힘겨울 때 찾아가 마음을 털어놓으면 그들의 상황을 개선해주어 가출에 대한 염원을 접을 수 있게 할 수는 없는 걸까요? 지금 우리사회에서 가출한 여학생이 자존감을 유지하며 안정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함을 생각할 때, 13,462... 참 가슴 아픈 통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