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기적 만들기 (2010년 12월 31일)

divicom 2010. 12. 31. 18:23

내놓을 만한 선행도 하지 못하고 중요한 성취도 이루지 못한 채 한 해를 마감하려니 우울하고 부끄럽습니다. 도하 신문을 장식하는 미담의 주인공들 덕에 부끄러움이 가중되지만, 새해가 헌 해가 될 때쯤엔 지금과는 좀 달라져보리라 다짐합니다.

 

훌륭한 동료인간들이 많지만 특히 제 시선을 끈 사람은 한-슈나이더 국제어린이재단의 한상만 대표(65세)입니다. 그는 16세의 늦은 나이에 미국인 아버지 아더 슈나이더 박사에게 입양되었다고 합니다. 고 슈나이더 박사는 1954년 당시 서울대 재건사업 총책임자로 있을 때 일자리를 구하러 무작정 서울대 병원장실을 찾아온 한상만씨와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1961년 귀국하면서 한씨를 입양해 데려가려 했지만 성장한 전쟁 고아의 입양을 금하는 미국법 때문에 고생하다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특별결정을 얻어내어 입양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성인이 된 한씨는 무역회사를 세워 성공했는데 1995년 사업차 북한을 방문했다가 기근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을 보고 도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2002년에 골수암으로 살 날이 3~5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그는 절망하기는커녕 바로 하고 싶었던 일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진단을 받은 직후 딸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여 5만달러를 출연, 로스앤젤레스 인근 패서디나에 '한-슈나이더 국제어린이재단'을 설립한 것입니다.

재단은 현재 북한의 국영 고아원 두 곳에 식량과 옷, 의약품을 보내고 있으며 캄보디아와 탄자니아의 고아들도 돕고 있는데, 요즘 한 대표는 수만 명의 탈북 고아들을 지원하는 '탈북고아입양 법안'의 미 상원 통과를 준비하느라 매우 바쁘다고 합니다.


이 법안의 골자는 무국적상태로 중국을 비롯한 제3국을 떠돌고 있는 탈북 고아들의 입양을 미국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올해 초에 상ㆍ하원에 제출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 대표는 이 법안이 폐기되는 대신 내년에 미국 상원을 통과할 수 있게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AP통신 기자에게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삶의 목표와 살아야 할 이유를 일깨워줬다"며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은 매일 내가 하는 일이 (내게) 가장 위대한 약이기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부디 그가 그 '위대한 약'으로 쾌유되기를, 그리하여 오랫동안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각성과 자극을 주기를 기원합니다. 의사들은 그가 쓰러지지 않은 것은 '기적'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새해엔 한상만씨처럼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2010년 한 해 동안 제 생각을 읽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건강하고 보람찬 새해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