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동지 팥죽 (2010년 12월 23일)

divicom 2010. 12. 23. 08:52

팥죽을 먹으러 간 어머니 댁에서 저를 걱정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축은 없고 빚만 있으니 어떻게 먹고 살 거냐는 겁니다. 저에 대한 걱정이 저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답답한 마음이 들어 웃고말았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걱정하지 않는데 왜 내 걱정을 하는 걸까...

 

저를 걱정하는 이유는 제 생활의 조건이 여러모로 세속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저는 그런 기준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집의 크기, 차의 크기, 은행 잔고의 크기... 제가 죽은 후 제가 살던 아파트가 몇 평인지, 제가 무슨 차를 탔었는지, 제 재산이 얼마나 되었었는지 기억하거나 알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제게 의미 있는 것은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예전에 화가 나던 상황이 와도 화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고 얼굴빛이 나쁜 사람에게 영양제 한 병을 사주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의가 이길 거라는 신념을 잃지 않고 정의롭게 행동하며, 가난보다 비굴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저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부디 저에 대해 걱정하지 마셔요. 아니 제 걱정뿐만 아니라 아무 걱정도 하지 마셔요.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것 한 가지를 고르면 바로 걱정일 테니까요.

 

걱정하느라 오늘, 이 순간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혹은 못하는) 분들, 부디 걱정을 버리고 '지금'을 사시길 바랍니다. 동지에 팥죽을 쑤어 축원과 함께 나눠 먹는 것도 '지금'을 사는 것이지요. 어제 팥죽을 드시지 못한 분들, 내년 동지엔 꼭 '동지'들과 나눠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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