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살은... (2010년 12월 24일)

divicom 2010. 12. 24. 08:18

겨울을 좋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무례하고 거친 사람들이 추위 앞에 겸손해지고 눈길에서 쩔쩔매는 모양이 성공한 복수처럼 기분을 좋게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살 만한 사람들이 방에 불을 때고 옷을 껴입고 견디는 추위가 어떤 사람들에겐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적과 같겠구나, 추위는 평등해도 추위가 가져오는 결과는 평등하지 않구나... 

 

어떤 분들에겐 즐겁고 견딜 만했던 올 한 해가 어떤 분들에겐 온통 매서운 추위같아 매일 '이러고도 살아야 하나' 하는 질문과 만났을지 모릅니다. 이 나라는 하루 40명이 넘는 사람이 자살하는 자살공화국이지만 자살을 권하는 사회에 복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끝내 살면서 자살을 권하는 적들과 싸우는 것입니다. 새해엔 부디 자살하는 사람이 없기를, 없을 수 없으면 대폭 줄어들기를 기원합니다.

 

"자살은 안돼"

 

만약 권총에 손을 뻗어

머리에 갖다대고 방아쇠를 당긴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착한 사람은 적고

악한 사람은 많은 법.

 

세상에는 가난한 사람도 있고 부자도 있다는

뻔한 소리를 또 들려줘야 알겠어?

죽기만 해봐. 정말 죽는다면

관 속에 누워 있는 너를 흠씬 패주겠어...

 

개처럼 죽을 수야 없는 일이지.

최대한 오래 살아서

놈들 약이라도 올려야지 않겠어?

 

--에리히 케스트너의 <마주 보기>에서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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