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제 집 창으로 들어오는 봄바람이 '별 그리다'에도
불겠지요? 내일이면 엄마 떠나신 지 꼭 2년. 하루도
엄마 생각을 하지 않은 날이 없고 매일 아침 엄마의
자유와 평안을 위해 기도하지만 새삼 눈물이 납니다.
요 며칠 베란다에서는 엄마가 좋아하시던 두 가지가
향기 싸움을 벌였답니다. 천리향은 겨울에도 봄 같았던
엄마처럼 겨울을 이기고 피운 꽃향내로, 굽힐 줄 몰랐던
엄마의 심지를 닮은 홍어는 삭을 뿐 상할 줄 모르는
기질의 알칼리성 냄새로 겨루었지요.
엄마, 어리석은 딸은 엄마가 이 세상에 계실 때 잘하지
못한 것을 참회하느라 아직도 엄마 사시던 동네를 가지
못합니다. 제일 잘못한 것은 엄마의 외로움을 알지
못한 것입니다.
아버지 떠나시고 9년 가까이 두 분 사시던 방에 홀로 사시며
외롭다 외롭다 하실 때면, 큰아들 내외와 함께 사시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느냐고,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사는
노인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시느냐며 엄마 입을 막았지요.
행복도 슬픔도 외로움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
엄마의 외로움은 남들의 외로움에 견줄 수 없는 엄마만의
깊이와 크기를 지닌 것인데, 그땐 왜 그것을 모르고
엄마의 외로움을 위로하는 대신 엄마는 외롭지 않다고
말도 안되는 반박을 했을까요? 엄마, 잘못했습니다.
부모는 자녀가 장성한 후 세상을 떠나야 한다고 하지요.
자녀가 부모의 마음과 몸의 형편을 어느 정도 이해하려면
회갑은 넘어야 한다고도 합니다. 저는 회갑 넘어 아버지
어머니를 여의었으니, 두 분이 노년을 사시며 겪으셨을
보람만큼 큰 외로움도 알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아직 울고 있습니다.
엄마, 내일은 난생 처음 엄마 상에 놓을 홍어찜을 만들려
합니다. 제가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저희 집에 아버지와
오셨을 때, 제가 난생 처음 차려드린 밥상을 받으신 후
어머니가 놀라신 듯 눈을 크게 뜨시며 '간이 맞네?' 하셨지요.
내일 저녁 홍어찜을 맛보시고도 그렇게 말씀하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엄마, 사랑하는 어머니, 이제 육신에서 자유로워지셨으니
세상 곳곳 천리향 향기에 취하시고 간 맞는 홍어찜도 두루
맛보소서.
불효한 만큼 흘릴 눈물 많은 맏딸이 엎드려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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