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노란 프리지어 꽃다발을 선물 받았습니다.
한참 눈과 마음을 기쁘게 하고 시들었는데
시든 꽃도 아름다워 꽃 없는 나뭇가지에 달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또 꽃다발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해바라기입니다. 해바라기 여덟 송이가 들어오니
온 집안이 환해집니다. 요 며칠 떠나지 않는
미열로 흐릿하던 머릿속이 환해지는 것 같습니다.
두 꽃다발에는 저를 기쁘게 한다는 공통점 말고
좀 놀랍고도 슬픈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길에 버려졌다는 것입니다.
두 다발 모두 꽃집에서 정성껏 포장한 것이고
꽃들 또한 싱싱하니 꽃집에서 버렸을 리는 없습니다.
꽃다발을 주워 온 가족에게 들으니, 프리지어 다발은
헌 옷 수거함 위에 있었고, 해바라기 다발은 쓰레기
모아둔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 어여쁜
꽃들이 왜 버려졌을까요?
누군가에게 주려고 샀는데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해
버린 걸까요? 싫은 사람에게서 받은 것이라 버린 걸까요?
짐이 너무 많아서 꽃을 들고 가기 힘들어 버린 걸까요?
뭔가 이유가 있어서 버렸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며칠 만에 두 다발이나
버려졌으니까요.
꽃을 위로하면서도 마음이 아픕니다. 어느 길엔가 또
이렇게 버려져 서서히 시들어가는 꽃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이렇게 예쁜 꽃을 길에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엇이든
버릴 수 있을 텐데... 설마 그런 사람이 늘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