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아파트에선 동별 대표를 뽑고 있습니다.
후보가 여럿이면 투표해서 뽑지만, 후보가 한 사람뿐이면
주민들에게 찬성/반대를 물어, 찬성이 반을 넘으면 대표로
확정됩니다.
게시판에 붙은 동별 후보 공고를 보다가 '쯧!' 혀를 차고
말았습니다. 각 후보자가 거주하는 동과 호수, 성명,
생년월일 등이 나와 있는데, 혀를 차게 만든 건 마지막
'주요 경력 (학력)' 란이었습니다.
어떤 후보의 칸에는 '고려대학교 졸업'이라고 쓰여 있고
다른 두 후보의 칸에는 '연세대학교 졸업'이라고 쓰여 있는가
하면, 그냥 '대학교 졸업'이라고 쓰인 칸들도 있었습니다.
아파트 동 대표 후보를 알리는 데 왜 대학 학력과 대학
이름을 써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이
중요하다면 왜 세 사람은 연세대, 고려대 졸업임을 밝히고
다른 이들이 나온 학교 이름은 밝히지 않은 걸까요?
한국 사회의 병폐 중 하나인 학연이 아파트 동 대표를 뽑는
과정에까지 영향을 주는 걸까요?
제 생각에는 학력이나 최종학교 이름보다 각 후보가
이 아파트에 거주한 기간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 아파트에 오래 산 사람이
아파트 안팎의 문제에 대해 잘 알테니까요.
이 공고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아파트 주민들을 불쾌하게
하거나 상처를 주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어디서나 그렇겠지만
특히 학력 인플레 국가인 이 나라에서 대학/대학원 학력과
인간 됨됨이 사이엔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출신 학교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대개 그 학교 졸업보다 나은
성취를 이뤄보지 못한 사람들이니까요. 나이 든 사람들은 더 더욱!
새삼 생각합니다. 아파트를 감싸는 숲 냄새는 언제나 향긋하지만
아파트 안에서는 이상하거나 부끄러운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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