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89세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평생 음악가를 꿈꾸다가 89세에 음악가가
되셨답니다.
아버지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 손에
자랐고, 할머니도 돌아가신 후 혼자가 되어
한 남자와 결혼했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밭에서 일하고 방과 부엌을 들락거리며
아이 여섯을 키우셨답니다.
허리를 펴 볼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았지만
그래도 행복했답니다. 늘 외로웠는데 가족이
많으니 정말 좋았고, 종일 일을 해도
상관없었답니다.
남편이 죽고 아이들이 결혼해 떠나자
할머니는 다시 혼자가 되었답니다.
변하지 않은 건 할머니의 꿈뿐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아코디언을 샀습니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노래하다 보니 오르간이
필요했습니다. 할머니는 오르간을 샀습니다.
악보 보기는 힘들지만 할머니는 오르간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나날이 행복합니다.
'평생 통틀어 지금이 제일' 행복합니다.
70세 된 할머니도 있습니다. 할머니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싶었지만 늘 일하러 나가야
했습니다. 계산을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계산에 서툰 할머니는 늘 외로웠습니다.
세 번쯤 자살을 기도했던 할머니는 이제
흰머리를 가지런히 빗고 창가에 앉아 책을
읽습니다. 할머니는 '평생 통틀어 지금이
제일' 행복합니다.
'동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년일기 238: 눈과 바람의 날개 (2024년 11월 26일) (4) | 2024.11.26 |
---|---|
마늘 방귀 (2024년 11월 24일) (2) | 2024.11.24 |
노년일기 236: 집에서 살다 죽으려면 (2024년 11월 18일) (6) | 2024.11.18 |
'윙크'의사 서연주 (2024년 11월 12일) (3) | 2024.11.12 |
노년일기 235: 나쁜 친구 (2024년 11월 10일) (1) | 2024.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