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마늘 방귀 (2024년 11월 24일)

divicom 2024. 11. 24. 10:42

고흥 바다는 여린 햇살을 사랑했습니다.

가을 초입 어느 날 바닷바람과 햇살은

향긋한 흙 이불 아래 몸을 섞었습니다.

 

봄 중간 어느 날 마늘 아기들이 태어났습니다.

흙집 주인 정 여사는 매끈 뽀얀 얼굴들을

서울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사랑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아는 건 사랑뿐

붉게 물든 김치소, 초콜릿 색 장아찌,

포도씨유 반짝이는 볶음이 되었습니다.

 

겨울 초입 거리를 덮은 낙엽을 보며

불면에 빠진 서울 친구에게 바닷바람과

햇살의 사랑이 떠올랐습니다.

 

김치와 장아찌와 마늘 볶음을 잔뜩 먹고

친구는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뿡 뽀옹 풉 뽕 풉 먼 곳에서 연주하는

관악기 소리가 들렸습니다.

목관도 금관도 아닌, 사랑만 연주하는

토관악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