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는 신문이지만 신문에서 머리를 탁 치거나
여운을 남기는 글을 만나는 일은 드뭅니다.
어제 신문에서 그런 글을 보았기에 아래에
옮겨둡니다. '윙크'의사 서연주 님, 고맙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110/130399209/2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내가 만난 명문장)
서연주 성빈센트병원 응급 내과 전담의·‘씨 유 어게인’ 저자
“세상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합니다. 변화의 방향은 우리가 원하는 것과
대체로 무관합니다. 그러나 세상이 생각대로 바뀌어야만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마음처럼 되는 것이 이토록 없나 싶을 때가 있다. 건강도, 일도, 관계도,
모든 것이 그렇다. 바람과 비켜 가는 것들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에 텅 빈 구멍이
생긴다. 본능적으로 자꾸 무언가로 채워 넣지만, 그럴수록 이상하게 공허함이
커지고 탈이 나는 것을 경험한다.
대학병원 의사로 한창 달려나갈 삼십대 초반, 한쪽 눈을 실명하고 일곱 번의 수술을
받게 된 사고는 삶에 큰 구멍을 냈다. 멈춰버린 일상과 좁아진 시야는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동시에 의정 갈등으로 병원까지 멈추어 버렸다.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방향과 달랐다. 의사였던 나는 졸지에 환자가 됐고, 영구적으로 한쪽 시력을
잃은 장애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삶이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에 좌절했다. 하지만 점차 깨달았다.
변화하는 것이 삶의 본질이라는 것을. 의사로서 그동안 만난 환자들은 여러 번
넘어지고 좌절했지만, 끝내 이겨내 우뚝 서곤 했다. 그 모습에서 나는 진정한 인간의
위대함을 보았다. 환자에게 배운 대로 꿋꿋이 아픔을 삼켜낸 나는 한쪽 눈이 감긴
‘윙크의사’가 되어 세상 앞에 다시 일어섰다.
한쪽 시력을 잃고 오히려 더 넓은 세상이 보였다. 장애를 수용하고 삶의 본질을
선명히 알아차린 것은 어쩌면 진정한 ‘일어섬’이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겨운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변화를 통해 성장하고
기회를 찾아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시련을 통해 더 강하고, 더 지혜롭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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