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 '아름다운서당'을 만들고 이사장으로 오래
일하신 선배님과, 그곳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이사를 역임한 두 사람이 오랜만에 서울 시내 한복판
오래된 식당에서 만났습니다. 작년 언젠가 만나고
처음입니다.
노년의 적조는 대개 노화와, 노화가 수반하는 질병과
관계가 있으니 만남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못 뵌 사이 선배님은 유명한 병의 환자로 병원 신세를
지셨고, 서당의 동료인 제 오랜 친구는 해외 여행 중에
다친 팔꿈치의 수술을 다시 받고 아직 재활 치료
중이었습니다. 저 또한 지난 주 내내 누워지내며 과연
오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했으니, 세 사람 다
신고(身苦)를 겪은 셈입니다.
투병은 힘들었지만 투병을 회상하면서는 세 사람
모두 웃었습니다. 고통의 시간을 과거에 두고
지금 한자리에서 맛있는 점심을 함께한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선배님이 젊은 시절 들어둔 보험 덕에 병 진단을 받고
큰돈을 받았다는 말씀을 들으며 부러워하고,
친구의 팔꿈치가 그 정도로 회복 중인 건 사려깊은
아들 덕이라고 부러워하며 웃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쁜 일을 당했을 때 성내거나
불평하는 대신 '더 나쁠 수도 있었음'을 알고, 나쁜 일에
깃든 좋은 일을 찾아내는 건가 봅니다.
다음에 세 사람이 다시 만날 때는 새로이 겪은 고통은
없이, 부러워할 일만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동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년일기 176: 죽어라 살다가 (2023년 7월 15일) (1) | 2023.07.15 |
---|---|
교도소의 셰익스피어 (2023년 7월 8일) (1) | 2023.07.08 |
나는 솔로 (2023년 6월 20일) (1) | 2023.06.20 |
너희가 해바라기다! (2023년 5월 13일) (1) | 2023.05.13 |
밥과 리즈: Bob and Liz (2023년 5월 10일) (3) | 2023.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