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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탄' 사망 군인이 '메디온'을 탔더라면(2017년 9월 29일)

divicom 2017. 9. 29. 07:08

지난 26일 오후 철원에서 스물두 살 일병이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습니다. 

군에서는 그 청년이 인근에서 훈련하던 부대에서 쏜 '도비탄'을 맞은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도비탄(跳飛彈)'은 발사된 후 돌이나 나무 등에 맞아 예상외의 방향으로 날아가는 총탄을 뜻합니다.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우리집 남자들은 머리를 갸웃합니다. 

발표된 대로 청년이 사격장으로부터 400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총탄을 맞았다면 

도비탄으로 사망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미 어딘가에 부딪혀 위력이 줄어든 도비탄을 맞은 청년이 바로 고꾸라졌고 

한 시간도 안 되어 사망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청년의 외삼촌 윤모 씨는 숨진 조카의 몸에 있는 총탄을 X-ray로 확인한 결과

탄두의 모양을 거의 유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단단한 곳에 부딪혔던 도비탄이라면 원래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웠겠지요.


사람들이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것을 송영무 국방장관도 알았나봅니다. 

그가 어제 국방부 조사본부에 특별수사를 지시했고 어제 오전 9시에 수사가 시작됐다고 하니까요.


언론은 이 희생자를 'A일병' '이 일병' '육군 병사'등으로 부르지만, 저는 그를 '청년'이라 부릅니다.

'일병'이나 '병사'라는 호칭이 그가 꿈많은 젊은이였다는 사실을 지우는 것 같아서 입니다.


지난 4월 입대하기 전 대학 실용음악학부에서 뮤직 비즈니스를 전공했던 청년이 이렇게 이른 죽음을 맞음으로써

또 하나의 꿈, 또 하나의 젊은 우주가 사라졌습니다. 억울한 죽음, 사인이라도 정확하게 밝혀지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래는 조금전 동아일보 인터넷판에서 본 관련 기사입니다.

 

철원 일병, 의무헬기 태웠더라면..

입력 2017.09.29. 03:02

26일 오후 4시 10분경 강원 철원군의 육군 부대에서 진지 공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A 일병(22)이 머리에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국군 의무후송항공대 소속 헬기는 오후 4시 51분경 A 일병을 태우고 22분 뒤인 5시 13분경 국군수도병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5시 20분경 A 일병은 사망했다.

이날 A 일병을 후송한 헬기는 ‘메디온’이라고 불리는 의무후송 전용 헬기가 아니었다. 의무후송항공대가 보유한 헬기는 ‘국산 헬기’인 수리온 헬기에 응급처치 키트만 장착한 데다 기내 진동이 심해 헬기 내에서 응급수술은 불가능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A 일병의 상태가 사망에 가까워 메디온이 출동해도 조치할 사항이 없었다”며 “심폐소생술(CPR)만 하면서 병원까지 후송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군 안팎에선 A 일병이 사망에 가까운 상태였더라도 메디온 헬기를 띄워 마지막까지 소중한 장병의 목숨을 살리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무후송항공대는 메디온을 단 1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2015년 5월 의무후송항공대가 창설됐지만 일반 헬기 6대만 보유하고 있다. 일반 헬기는 진동이 심해 헬기 내 정맥주사 등 응급치료가 제한된다. 또 메디온이 1인당 4시간 이상 산소 공급이 가능한 데 비해 일반 헬기는 1인당 30분 이내만 공급이 가능하다. 일반 헬기에는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를 살릴 충분한 장비가 없는 것이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충분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일반 헬기는 내부 공간이 협소해 들것 환자 1명만 후송이 가능하다. 지난달 18일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사고 때도 환자 6명을 후송하기 위해 헬기 4대가 차례로 환자를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이 때문에 가장 빨리 병원에 도착한 환자와 늦게 도착한 환자가 1시간이나 차이가 났다.

일반 헬기는 항속 시간이 2시간에 불과해 환자가 ‘헬기 환승’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울산 예비군 훈련장 폭발사고 당시 환자 1명을 헬기 2대가 번갈아 후송했다. 당시 군은 울산대병원에서 경북 영천시 비행장까지 후송한 다음 다시 영천에서 환자를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했다. 서해 전략요충지인 백령도 지역에선 환자를 후송할 수 없어 민간 119헬기로 환자를 후송하는 실정이다. 메디온은 3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고 지상충돌경보장치, 기상레이더가 장착돼 악천후에도 응급환자 후송이 가능하다.

군은 응급 상황에서 장병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메디온 도입을 추진했다. 헬기 후송 건수도 2013년 39건에서 지난해 144건으로 증가해 도입이 시급하다. 국방부는 2018년 294억 원의 예산을 받아 2020년까지 총 8대를 보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감사원이 수리온 헬기의 체계결빙성능 결함을 지적한 것을 이유로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학용 의원은 “그 많은 국방예산을 쓰고도 여태껏 의무후송 전용 헬기 하나 장만하지 못한 군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신뢰를 보낼 수 있겠느냐”면서 “매번 사후약방문식 처방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장병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의무시스템 조기 구축에 군 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A 일병이 인근에서 사격한 부대에서 쏜 이른바 도비탄(跳飛彈·발사된 총탄이 돌이나 나무 등 지형·지물을 맞고 정상 발사각도가 아닌 예상외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의해 사망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특별수사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군 당국이 28일 밝혔다. 군 관계자는 “송 장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며 “해당 부대 관계자와 사고 정황 등에 대한 다각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