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사립유치원 원장님들(2017년 9월 18일)

divicom 2017. 9. 18. 08:33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은 수명이 길어져 '쉰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로 바꿔야 할지 모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중년쯤 되면 그동안의 삶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제가 '얼굴이 성적표'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똑 같은 50년, 60년을 살아도 얼굴에 나타나는 시간의 흔적이 다 다릅니다. 


시간이 잔인하고도 위대한 것은 사람을 다시 태어나게 하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이목구비와 다른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예쁘지 않던 사람이 아주 멋있어질 수도 있고, 한때는 미인 소리를 들었으나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이 되기도 합니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지만 시간은 참으로 많은 일을 한다

(Time goes so slowly but time can do so much)'는 팝송 가사가 큰 울림을 주는 이유입니다.


얼굴과 하는 일이 매우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음식 만지는 일만은 안 했으면 좋았을 음식점 주인, 교사만은 안 했으면 좋았을 교사들, 

목사만은 안 했으면 좋았을 목사들, 스님만은 안 했으면 좋았을 스님들... 


요 며칠 텔레비전 뉴스는 집단 휴업을 하겠다며 

한국 사회를 들었다놓았다 하는 사립유치원 원장님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그분들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다른 건 뭘 해도 좋으니 유치원 원장만 안 했으면 좋겠다'고. 

처음부터 그런 얼굴이었을까요, 삶이 만든 두 번째 얼굴일까요?


문득 유아교육과를 나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일했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그는 아이들을 매우 좋아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하겠다는 꿈을 꾸며 경험을 쌓고자 그런 곳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나 그 경험은 오히려 그로 하여금 꿈을 수정하게 했습니다. 


몰상식한 부모들도 실망스럽지만, 아이들 '보육'은 뒷전이고 '사업'만을 생각하는 원장들, 

그 원장들이 그런 식으로 '사업'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가 견딜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유아교육 현장엔 '사업'만이 있을뿐 양육이나 교육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가 일했던 곳만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지난 며칠 텔레비전에서 본 원장님들 얼굴을 생각하면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사립유치원 원장님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유치원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혹시 그 이유가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면, 여러분에게 사랑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아래에 중앙일보의 관련 기사를 옮겨둡니다.



휴업한다 → 안 한다 → 다시 한다 → 또 안 해 .. "유치원생 장난도 아니고" 엄마들 뿔났다

전민희.박형수 입력 2017.09.18. 01:54 수정 2017.09.18. 06:36


“주말 내내 천국과 지옥을 오갔어요. 휴업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다시 한다고 하니…. 집단 휴업이 유치원생 장난도 아니고 이게 뭐하자는 건가요. 학부모와 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피해를 봐야 하나요.”

6세 딸을 키우는 직장맘 이모(38·서울 목동)씨는 17일 사립유치원들이 휴업 철회 소식을 발표하자 이런 반응을 보였다.

전국 사립유치원들이 18일 예고한 집단 휴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런데도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고 있다. 사립유치원들이 ‘휴업 강행(14일)→철회(15일)→강행(16일)→철회(17일)’ 식으로 오락가락해서다. 학부모들은 18일 아이를 맡길 곳을 구했다가 없던 일로 했다가 다시 구하는 수고를 되풀이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전국 사립유치원 4200곳 중 3500곳이 모인 단체다. 한유총은 이날 “18일 휴업 없이 유치원을 정상 운영한다. 휴업, 휴업 철회, 철회 번복 등으로 학부모들과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이미 단단히 뿔이 났다. 서울 마천동에서 5세 아들을 키우는 직장맘 김모(37)씨는 “돈을 더 내더라도 차라리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보내고 싶다. 아이들을 볼모 삼아 자신들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곳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없을 것 같다”며 분노를 표했다. 한유총은 이날 “휴업 철회 번복은 한유총 공식 입장이 아니라 임시기구인 투쟁위원회 의견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립유치원들 안에서 휴업에 대한 의견차가 컸다는 설명이다. 최성균 한유총 사무국장은 “휴업하는 곳이 혹시라도 나올지,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한유총 차원에서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교육부, 그리고 시·도 교육청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일부 교육청은 17일까지도 지역 내 사립유치원 휴업 여부와 휴업 시 대책을 학부모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원성을 샀다.

5세 딸을 둔 김모(37·서울 가락동)씨는 “임시 돌봄지원서비스를 신청하려고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서비스를 신청하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이에 대해 정혜손 서울교육청 유아교육과장은 “서울시에선 18일 휴업하는 유치원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치원별로 학부모들에게 정상 운영한다는 소식을 휴대전화 문자로 보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민희·박형수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