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하지 감자, 여신, 한여름 밤의 꿈(2016년 6월 19일)

divicom 2016. 6. 19. 21:07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FM95.1MHz)'에서는, 하지 감자와 '여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엘튼 존의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서부전선 이상 없다),' 이선희 씨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You don't have to say you love me',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Una Furtiva Lagrima

(남 몰래 흘리는 눈물), 마이클 잭슨의 'Hold My Hand', 캐나다 록밴드 러시(Rush)의 'The Trees' 등을 

들었습니다. 


엘튼 존의 노래는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소설을 노래로 만든 것입니다. 소설 <개선문>으로 유명한 레마르크는 1898년 6월 22일에 독일에서 태어났습니다. <개선문>에 나오는 술 칼바도스가 생각납니다. 그 소설에 취한 제가 그 술을 맛보고 싶어하자 독일에서도 힘들게 그 술 한 병을 구해다 준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건강하길 빕니다.  


첫 노래는 이용복 씨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던 어린 시절'은 옛일이 되고, 그 시절을 

살았거나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젊은이들 사이에는 공통의 화제가 없어 세대간의 대화는 갈수록 어렵습니다.

내일모레면 하지,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인데, 일년 중 이즈음의 감자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시절은 

변하고 나라는 다른 나라가 되었지만 포슬포슬한 감자의 맛은 여전하니, 집집마다 막 삶은 감자를 앞에 놓고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려 얘기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3부 시작할 때는 파바로티의 아리아를 들었는데, '남 몰래 흘리는 눈물('남 몰래 흐르는 눈물'로 더 많이 알려졌지요)'은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아리아입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제티가 이 오페라를 완성한 건 1832인데, 영국의 셰익스피어는 그보다 훨씬 앞선 1595년 경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희곡에서 사랑의 

묘약을 사용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묘약은 꽃, 자는 사람의 눈꺼풀에 꽃물을 바르면 그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며 처음 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지요.

 

영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꼽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1616년 쉰두 살로 사망해 지난 423일로 꼭 

4백년이 되었고, 그날즈음 전 세계에서는 수많은 기념행사가 거행됐습니다셰익스피어 하면 ‘4대 비극’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희극도 13편이나 썼고 '한여름 밤의 꿈'은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아테네를 배경으로 신화적인 인물 테세우스의 결혼식을 앞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는데, 등장인물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세 쌍의 남녀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테네의 군주인 테세우스 공작과 아마존의 

여왕이었던 히폴리타, 청춘 남녀인 헤르미아와 뤼산드로스, 헬레나와 데메트리오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책들을 보면, 번역자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다르게 나옵니다. 영어식으로 읽느냐, 그리스식으로 읽느냐에 따라 

다른 건데, 우리는 고 이윤기 씨의 번역을 따라 그리스 식으로 읽었습니다. 아래는 헬레나의 독백 중 일부입니다.


"사랑은 아무리 하찮고 천하고 더러운 것이라도 아름답고 기품 있게 만드는 것. 사랑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날개 달린 에로스를 그릴 때 눈을 가린 모습을 그리는 것도 이 때문인가사랑하는 

마음에는 분별도 없다. 날개가 달려 있고 눈은 가려져 있으니천방지축 물불 안 가릴 수밖에. 그래서 

사랑의 신 에로스를 어린아이라고 하는가 보다. 어린아이는 종종 엉뚱한 것에 속아서 선택을 하니까

개구쟁이들이 놀면서 함부로 거짓 맹세를 하듯이 사랑의 신 에로스도 여기저기서 밥 먹듯이 거짓 맹세를 한다."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대사 중에서도 뤼산드로스의 말,사랑은 소리처럼 빠르고 그림자처럼 허무하고 

꿈같이 짧지요.”와, 데메트리오스의 말,용기는 지혜를 이길 수 없습니다.”가 기억에 남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여신'을 옮겨둡니다. 외모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사랑처럼 '허무하고 꿈같이 짧은 것'임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그래서 외모를 가꾸는 것보다 세상과 자신을 응시하는 데 더 긴 시간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들려드린 음악 명단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신

 

21세기 여신들은 신화가 아닌 한국에 있습니다.

여신 미모’ ‘여신 몸매’ ‘여신 강림’ ‘여신 본능’...

아름다운 목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해 바다에 빠뜨리는

그리스 신화 속 사이렌처럼

한국의 여신들은 매일 인터넷 바다에서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그러나 신은 신화의 등장인물이거나 죽어서 되는 존재이지

현실의 주인공은 아닙니다.

겉모습을 신화 속 신처럼 완벽하게 만든다 해도

사람이 신이 될 수는 없습니다.

길흉화복으로 인간의 삶을 좌우해야 신이니까요.

 

우리 사회에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언행이 아름다운 사람보다

겉모습이 신 같은 사람들을 칭송하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신들을 신화 속으로 돌려보내고

신의 겉모습을 흉내 내는 사람들보다

사람답게 사는 사람들을 인정하는 날,

그때에야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요?

그날이 언제나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