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FM95.1MHz)'에서는, 지난 3일 세상을 떠난 '위대한 복서' 무하마드
알리에 대해 생각해보고 잉글버트 험퍼딩크의 'Release Me', 폴 매카트니의 'Blackbird', 유투의 'Sunday Bloody Sunday', 핑크 마티니의 'Una Notte a Napoli' 등 좋은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작은 역사로 보는 문화세상'의 주인공은 1968년 6월 16일에 세상을 떠난 김수영 시인과 1865년 6월 13일 더블린 카운티에서 태어난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그리고 1950년 6월 14일에 유네스코에 가입한 한국이었습니다. 김수영 시인은 전날 밤 11시쯤 마포구 구수동 집에 가다가 집 근처에서 버스에 부딪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튿날 아침 숨졌다고 합니다. 겨우 47살에. 그에겐 2001년에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습니다. 유명한 그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는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로 시작해서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정말 얼마큼 작으냐...‘로 끝나는데, 화나는 일 많을 때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시입니다. 예이츠의 시도 좋습니다. ‘술 마시는 노래’라는 시의 첫줄 ‘술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온다’는 특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유네스코 국제상 중에는 우리나라가 지원하는 상이 둘입니다. ‘글을 읽고 쓰는 교육’ 분야 상인 세종대왕 문해상과 기록유산 분야 상인 직지상입니다. 또 유네스코에 등재된 생물권보전지역엔 남한의 다섯 곳과 북한의 백두산, 구월산, 묘향산, 칠보산이 포함돼 있습니다. 남한의 기록물 중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13건에는 작년에 등재된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도 있는데, 남북한의 관계가 개선돼 이산가족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양쪽의 생물권보전지역을 서로 방문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립니다.
3부 시작할 때는 핑크 마티니의 노래(Una Notte a Napoli: 나폴리에서 하룻밤)를 듣고, 이성복 시인의 시 '내 영혼 흠잡을 데 없네'를 읽었습니다. 이 시는 이 시인의 시집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에 수록돼 있는데, 이 시집은 이 시인이 다른 나라 시인들의 시를 한두 줄 인용한 후 그 시를 읽고 쓴 자신의 시를 아래에 붙이는 식으로 만든 시집으로, 100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내 영혼 흠잡을 데 없네'는 제가 좋아하는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 '영혼이 날 비난했네'를 읽고 쓴 시입니다. 두 편의 시 모두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노래'는 서유석 씨의 노래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였습니다. 해학적인 노랫말이 저처럼 늙어가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들려드린 노래 명단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무하마드 알리'를 옮겨둡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알리의 유언
며칠 전 우리는 위대한 동행 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바로 무하마드 알리인데요,
그는 열두 살에 권투를 시작해 스물두 살에 세계챔피언이 됐지만
자신이 싸워야 할 진짜 적은 인종을 차별하는 미국사회라고 했습니다.
스물다섯 살 때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라는 징집명령을 받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력한 미국을 위해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이나
피부가 검은 사람들이나 형제에게 총을 겨누는 걸
내 양심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을 왜 쏴야 합니까?
나를 검둥이라고 부른 적도 없고 나를 폭행한 적도 없고..
내 부모를 강간하거나 살해한 적도 없는데..
그냥 나를 감옥으로 데려가시오.”
그는 징집을 거부한 죄로 투옥됐고 4년 동안이나 시합을 금지 당했지만,
그때부터 명실상부한 ‘인민의 챔피언’이 됐습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라’던 무하마드 알리,
그가 위대한 것은 56전 5패의 놀라운 기록 때문만이 아니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며 옳지 않은 것들과 싸우고
약자들을 위해 헌신했기 때문이겠지요.
무하마드 알리센터를 비롯해 열아홉 개의 단체를 지원했던 알리는
‘봉사는 지상의 내 방 방세를 내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우리는 지금 우리 방의 방세를 내고 있을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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