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즐거운 산책(tbs FM95.1MHz)'에서는 '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마이클 잭슨의 'We are the world',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나를 연애하게 하라', 조용필 씨의 '그 겨울의 찻집' 등을 들었습니다. 달빛요정을 기리는 뮤지컬이 공연 중이라니 요절한 이진원 씨를 좋아하는 분들, 잊지 말고 가 보시기 바랍니다.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는 오래 전에 제가 쓴 시 '편지'를 읽어드렸습니다. 제 첫 시집 <그대를 부르고 나면 언제나목이 마르고>에 수록되었던 시... 인터넷엔 조금씩 잘못 쓰여진 채 인용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고
싶은 편지... 설령 부칠 수 없다 해도 쓰시기 바랍니다. 그가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든 너무 멀리 주소도 알 수
없는 곳에 있든, 그는 분명 내가 쓴 편지를 읽을 겁니다.
삼년 전 '즐거운 산책'을 시작할 때는 '오늘의 시'라는 코너가 있어서 시 한 편씩을 읽어드렸는데, 방송에서 시를 읽으려면 방송국이 매년 거금의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그 코너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요즘처럼 세상이 각박할 때일수록 대중매체에서 시를 소개해 시민들의 마음 속에 숨어있는 시적 감수성을 깨워야 하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아래에 '편지' 원문을 옮겨둡니다.
다시 그대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쓴다.
쓰는 행위는 나를 살리고자 하는 노력이고 부치지 않음은 그대를 평안케 함이다.
시간이 큰 강으로 흐른 후에도 그대는 여전히 내 기도의 주인으로 남아
내 불면을 지배하는 변치 않는 꿈이니 나의 삶이 어찌 그대를 잊고 편해지겠는가.
다시 겨울이 월요일처럼 왔으나
그대를 못 보고 지난 주말 같은 한 해가 마냥 계속될 것만 같다.
그래, 삶은 평안하며 날씨는 견딜 만한지.
무엇보다 그곳에도 가끔은 세상의 눈 벗어던지고 열중할 사랑이 있는지.
언제나, 그대여, 대답되지 않는 삶의 질문들로 목이 마를 때에는 오라!
그대를 위한 문은 여전히 열어둔 채 또 불면의 침낭에 나를 눕히니
밤낮으로 내 부엌 한켠에서 끓고 있는 찻물과
그대를 위해 갈아 꽂는 가을꽃들이 아주 열반하기 전에 오라, 그대여.
그대의 이름을 부르고 나면 언제나 목이 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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