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어도 내 몸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알지 못했습니다.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허리가 고정 나 종일 누워 있다 일어났습니다. 더 나은 세상으로 가신 백기완 선생님을 생각하니 부끄러웠습니다. 그 부끄러움이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 부끄러움을 지팡이 삼아 죽는 날까지 살아가겠습니다. 부끄러움에서 해방되는 그날까지. 김택근의 묵언]백기완 선생께서 묻고 있다 김택근 시인·작가 하늘이 큰일을 맡길 때에는 그 몸을 수고롭게 하거늘 필시 천명(天命)을 받음일 것이다. 붓을 들면 비와 바람이 숨을 죽였지만 길 위에 서야 했다. 길에서는 묘수와 재주가 통하지 않는다. 높고 낮음이 없다. 백기완 선생. 그는 평생을 세상의 가장 아픈 곳에, 서러운 곳에 있었다. 고문을 당해 육신이 으스러졌어도 포효했다. 김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