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독재자의 시간입니다.
물론 그 독재자는 태양입니다. 태양은
곡식과 과일을 영글게 하고 식물을
자라게 하는 한편 동물들을 괴롭히고
사람이 동물임을 일깨웁니다.
겨울과 봄, 태양을 반기던 사람들은
태양이 뜨지 않는 시간, 소나기와
천둥 번개를 반기기도 합니다.
태양의 계절인 여름에 가장 쉽게 잊히는
것은 달입니다. 가끔 더위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나 달을 발견합니다.
시민이지만 시민과 다른 시인은 대개
잊히는 것들에게 눈을 줍니다. 달리기
시합에서 모두가 1등에게 환호할 때 2등의
애석함과 꼴등의 부끄러움을 보는 게 시인이지요.
미국의 의사이자 시인이었던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William Carlos Williams:
1883-1963)도 그런 시인 중 하나입니다.
그의 '여름 노래 (Summer Song)'의 주인공은
카를로스가 부러워하는 '방랑자 달' 입니다.
저도 '방랑자 달'이 되고 싶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하는 건, 달은 하나뿐이고
별은 여럿이기 때문이겠지요?
여름 노래
방랑자 달이
빈정대듯
희미한 미소를
보내네
환히 빛나는
이슬 젖은
여름 아침에게,
저만치 떨어져
졸린 듯 무심한 미소
방랑자의 미소,
내가
네 빛깔 셔츠를 사 입고
하늘 색 넥타이를 매면
그 셔츠와 타이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Summer Song
Wanderer moon
smiling a
faintly ironical smile
at this
brilliant, dew-moistened
summer morning,—
a detached
sleepily indifferent
smile, a
wanderer's smile,—
if I should
buy a shirt
your color and
put on a necktie
sky-blue
where would they carr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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