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카페에서 뛰는 아이 (2025년 8월 7일)

divicom 2025. 8. 7. 23:37

집에서 가까운 베이커리 카페를 가지 않게 된 건

카페 안을 종횡무진하는 아이들 때문이 아닙니다.

그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하지 않는 어머니들,

아이들보다 더 큰 소리로 떠드는 어른들, 자기들은

하하호호 떠들면서 아이들에겐 책 펴놓고 공부하라고

눈을 부라리는 어머니들 때문입니다.

 

지난 4일자 서울신문 인터넷판에 실린 "공공장소서

뛰는 아이? 엄마가 '무개념'이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니 꽤 오래 전 어떤 카페에서 겪은 일이 떠오릅니다.

 

그 카페가 제법 넓어서인지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사내아이 하나가 장애물 경기하듯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녔습니다. 정신이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위험해서 어머니가 제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다른 어머니들과 앉아 떠드느라

아이에겐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마침 아이가 제 근처로 오기에 아이를 붙잡았습니다.

"카페는 차 마시며 얘기하는 곳이지 뛰어노는 곳이

아니야. 넌 왕자처럼 멋있게 생겼지만 카페에서

그렇게 뛰어다니면 바보 같아 보일 거야"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니 아이도 잠자코 들었습니다.

 

"이제 뛰지 않고 왕자처럼 품위 있게 걸어 볼까?

그럴 수 있지?" 하고 속삭이니, 아이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이를 잡았던 손을 

놓으니 아이는 엄마에게로 가지 않고 다른 쪽으로

향했습니다. "엄마한테 안 가?" 하자 '화장실 가려고요"

하고는 천천히, 의젓하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아이의 어머니가 제게로 오며 큰 소리로

"뭐에요? 누군데, 왜 남의 애한테 그래요!" 하고

외쳤습니다. 저만치 걸어가던 아이가 불안한 얼굴로

돌아보았습니다.  "우린 그냥 얘기를 했을 뿐이에요" 하자

아이 어머니가 "누군데 그래요!" 하고 다시 소리쳤습니다.

 

"난 그냥 사람이에요. 아이가 뛰기에 카페는 앉아 있거나

걷는 곳이라고 얘기해 주었더니 저렇게 점잖게 걸어가네요"

니, 다시 "누군데 그러냐고요? 누구예요!" 하고

외쳤습니다. 아이가 더욱 불안해하는 것 같기에 "걱정하지

말고 화장실에 다녀와!" 하자 아이 어머니가 다시 "뭐냐고요,

누구냐고요?" 소리쳤습니다. 저는 그 어머니에게 답하는

대신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엄마가 이렇게 교양이 없으니,

참 안됐구나."

 

그러자 아이 어머니가 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뭐요? 교양이 없다고요?"

"그럼요, 손님들 있는 카페에서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면 교양이 없는 거지요."

"그래서, 그렇게 교양이 있으시고요?"

"네, 저는 교양이 있지요. 다른 손님들 생각해서 조용조용

말하잖아요."

아이 어머니는 자리로 돌아가더니 조금 있다가 아이와 함께

카페를 떠났습니다.

 

어린 아이와 어떤 일을 할 때나 어딘가를 갈 때는 그 일과

그 장소에 대해 미리 설명해주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도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오은영 박사의 '금쪽 같은 내 새끼'를 비롯해 문제아 상담

프로그램을 보면, 문제의 뿌리는 대개 대화와 경청의 부족에

있습니다. 아이는 사람이지 '새끼'가 아닙니다.  '새끼'는

어린 짐승을 뜻하니까요. 옛날엔 할머니들만 손주를 '내 새끼'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어머니들도 '내 새끼'라는 표현을 자주 쓰니

오 박사의 프로그램 이름에도 '내 새끼'가 들어갔을 겁니다. 

그러나 '새끼'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이지 교육과 훈육의

대상이 아닙니다. 할머니는 써도 되지만 어머니가 쓰면

안되는 표현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제가 본 서울신문 이보희 기자의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5/08/04/202508045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