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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고백 (2025년 2월 22일)

의 작가 토머스 하디 (Thomas Hardy, 1840-1928)는 시인으로서도 탁월했는데, 그의 시는 특히 아이러니에 뛰어났다고 합니다. 어제 읽은 시도 그랬습니다. 대충 번역해 옮겨둡니다. 아, 내 무덤을 파는 게 너인가?  "아, 누가 내 무덤을 파고 있는가,나의 연인이.. 후회를 묻고 있나?”-- "아니에요, 그 사람은 어제 결혼하러 갔어요,엄청난 부잣집 딸하고. 그가 말했어요,‘이제 내가 진실하지 않다며 그녀가기분 상하는 일은 없을 거야’라고.  "그러면 지금 내 무덤을 파고 있는 건누구지? 제일 가깝고 친한 친척?“-- "아, 아니에요, 그들은 앉아서 생각할뿐이에요, ‘무슨 소용이 있담! 꽃을 심은들무슨 소용이 있어? 그녀의 무덤을 아무리가꿔도 죽음의 덫에서 그녀의 영혼을 풀어낼 순 없어.’..

오늘의 문장 2025.02.22

김창옥 선생 (2025년 2월 19일)

신열로 인해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을 땐TV를 켜놓고 멍하니 앉아 있게 됩니다.그런데 갈수록 TV가 도움이 되지 않고열을 돋웁니다.  음식 먹기 또는 만들기, 천박한 말장난, 왜곡된 한국어, 오래전 방영했던 드라마리플레이 등 등 때문입니다. 절여진 배추처럼 힘없는 손의 리모컨이 계속 채널을 바꾸는 이유입니다.   그러다 김창옥 선생이 상담하는 프로그램을만나면 참 반갑습니다. 프로그램의 제목도모르고 어느 방송인지도 모르지만, 그가관객과 소통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감탄하게됩니다.  그는 청각장애인인 아버지와 일자무식인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 공고를 다녔고해병대에서 군 생활을 한 후 대학에서 성악을전공했으며, 한때는 배우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제가 김창옥 선생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상담 받는 분들의 문제에 ..

동행 2025.02.19

타이레놀 친구 (2025년 2월 16일)

아주 잠깐이라도 삶에 취해 죽음을 잊을라치면오래된 친구가 찾아옵니다. 친구는 제 눈과 뺨을 벌겋게 물들이며 주위의 소음을 지웁니다. 몸은 있던 곳에 있는데, 그 장소와 함께 있던 사람 모두멀어지는 느낌이 들고,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 둥둥 떠있는 것  같습니다. 혈압이나 혈당이 갑자기 상승한 걸까요? 언젠가처럼앨러지 공격을 받은 걸까요? 뜨거운 머릿속에서일어나는 물음표들을 못 본 척 하던 일을 하니우리 집 의사가 타이레놀을 먹으라 합니다.  제 몸은 제 정신보다 훨씬 정직합니다. 조금 힘에부치면 바로 고열로써 제게 경고하는데, 한번은그 경고를 무시했다가 병원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경고가 오면 타이레놀을 먹고 죽은 듯이 쉬어야 합니다.쉬고 나서 다시 삶이라는 기차에 올라타는 거지요. 타이레놀 덕에 다시 일어..

동행 2025.02.16

그대를 부르고 나면 언제나 목이 마르고 (2025년 2월 13일)

오래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고 나면 긴 여행을 한 것 같습니다.날짜는 기억나지 않아도 그와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오릅니다.우리가 겪은 일들, 함께 흘린 눈물... 무엇보다 그와 나 모두 고아가 되었고 젊음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이름에 '별'이 들어간 그 친구와 저를 이어준 건 제 첫 번째 책입니다. 마침 제 블로그 방문자 중에 이 책에 대한 글을 보신 분이 계시어저도 15년 만에 다시 보았습니다. 책을 냈을 땐 부끄러워 병이 났지만, 친구를 만나게 해 준 고마운 책입니다. 흔들림 없는 우정에 감사하며, 2010년 1월 4일 이 블로그에 쓴 글을 아래에 옮겨둡니다. 문성님, 고맙습니다! ---------------------------------------------------------------------..

동행 2025.02.13

롯데리아에서 생긴 일 (2025년 2월 10일)

햄버거는 좋아하지 않지만 명지대 앞 롯데리아는좋아합니다. 거의 20년 전 제가 이 동네로 이사왔을 때도있던 가게입니다. 거기서 가까운 곳에 맥도널드가 새 건물을지어 문을 열었지만 롯데리아는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산책 중에 너무 땀이 나거나 햇살을 견딜 수없을 땐 롯데리아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곳은 냉방이 심하지 않은데다 세일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천 원도안되는 값에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 롯데리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곳이 마음 편한동네 사랑방 같기 때문입니다. 너무 요란하지 않은실내장식, 기계적이지 않은 직원들, 언제나 깨끗한 실내 ... 요즘은 화장실 없이 음식을 파는 집들이 많이있지만 롯데리아엔 넉넉한 화장실이 있습니다. 롯데리아에 앉아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다 보..

동행 2025.02.10

짐 든 엄마들 (2025년 2월 8일)

아파트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 하는데아래층에 사는 모녀가 서둘러 옵니다. '열림' 버튼을누르고 기다립니다.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곧 모녀가 내립니다.중년의 엄마는 양손에 무거워 보이는 짐을 들고있는데,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로 보이는 딸은스마트폰만 들고 있습니다. 이 모녀를 볼 때마다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키 작은 엄마는  거의 항상 무거운 것을 들고 있고, 키 큰 딸은 가벼운 것을 들거나 빈손일 때가 많으니까요. 물론 남의 사정을 모르면서 남을 판단하면 안 되겠지요.건강해 보이는 딸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엄마가짐을 들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 모녀에게 어떤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엄마가짐을 들고 자식이 빈손인 경우는 요즘 아주 흔히 볼 수있습니다.  동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

동행 2025.02.08

쉬시위안(서희원) 씨 영전에 (2025년 2월 4일)

서희원 씨,당신이 사랑하는 구준엽 씨 덕에 당신을 알게 되었습니다.당신을 만난 적은 없지만 준엽씨 덕에 당신의 얼굴을 화면에서나마 여러 번보았습니다.  당신은 이슬처럼 눈처럼 아름다웠습니다.그래서인지 당신을 보면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떠올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엊그제 당신이 설연휴 중 찾은 일본에서독감과 폐렴으로 숨졌다는 말을 들으니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아름다운 당신이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난 게 아깝고,당신과의 재회와 결혼을 그리도 기뻐하던준엽씨가 가엾습니다. 사랑했으므로 행복했을 희원씨, 당신과 준엽씨는 사람들이 잊고 살던사랑을 일깨워준 우리 모두의 은인입니다. 희원씨, 영국 시인 존 던은 죽음에게 '잘난 척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짧은 잠을 자고 나면우린 영원히 깨어나니; 더 이상 죽음은 없어;..

동행 2025.02.04

영어를 싫어하는 아이 (2025년 2월 2일)

명절 끝 동네 카페에 가니 손님이 가득입니다.초등학교 1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부터 저까지손님은 천차만별입니다.  왁자지껄 시끄러운데,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에게영어책을 읽으라 합니다. 아이는 몸을 꼬며 싫다고하고 아이를 채근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여덟 명 일행의 소음을 넘어 구석에 앉은 제게로  또렷이 전달됩니다. 아이 맞은편의 아빠는 모자의 실랑이를 흘깃거리며 스마트폰을 봅니다. 냧익은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또 한 명 영어를 싫어하는 아이가 생겨나는 중이니까요.한국은 한마디로  아이들에게 돈을 써서 영어를 싫어하게 만드는 나라입니다. 엊그제 어머니의 기일에 갔던 오빠네 집에서 만난조카의 아이가 떠오릅니다. 초등학생 시절 영어에탐닉하는 바람에 조카의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저를 찾아와 상담 비슷한 ..

동행 2025.02.02

노년일기 247: 그때와 지금 (2025년 1월 30일)

지나간 시간 중 언제를 '그때'라 부르든, 그때와 지금은 모든 게 다릅니다.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참 많은 일을 합니다. 저 개인으로 보면 짙은 갈색머리가 희게 변했고얼굴엔 주름, 손등엔 검버섯이 생겼습니다.허리와 다리는 굵어졌고 눈은 더 나빠졌고, 이는 삐뚤빼뚤해졌습니다. 웃음은 많아졌고 화내는 일은 줄었습니다.  책상이나 집 같은 무생물도 시간이 흐르며변하지만, 사람을 비롯해 살아있는 것들의변화는 훨씬 더 두드러집니다. 윤동주 (1917-1945)가 '서시'에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다짐했던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윤동주의 평생을 포함하는 시간을 아일랜드에서 산 시인 제임스 스티븐스 (James Stephens: 1882-1950)는나뭇잎을 빌어 시간의 횡포를 고발했습니다. 대충 번역해..

나의 이야기 202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