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이틀 전날 밤 잠자리에 눕자 가을벌레 소리가
들렸습니다. 37, 8도 더위를 어찌 살아남아 노래를
부르는가, 가을벌레가 울면 뒷산의 매미들은 어찌 되나...
상념 끝에 자연의 순환을 생각하니 젖던 눈이
말랐습니다.
자연은 사람보다 혹은 사람만큼 예의 바르니 계절이
바뀌기 전엔 늘 대청소를 합니다. 13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과유불급 (過猶不及),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지만 비도 사람을 닮았습니다.
비는 여름 찌꺼기만 씻어내지 않고 피해도 남겼습니다.
오래전 수재민이 되어 소중한 것들을 무수히 잃었던
저는 이번엔 운 좋게 수재를 피하고 수해로 희망을
잃은 분들을 어찌 위로하나... 마음만 아픕니다.
8월은 이글이글한 태양과 호우의 계절. 그러나 태양의
열기가 아무리 뜨겁고 비가 남긴 상처가 아무리 깊어도
사람들은 압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은 지속되며,
사랑처럼 오래 가는 수해의 기억도 결국 흐릿해지다가
사라진다는 것. 그러니 사소한 즐거움으로 삶을 가볍게
하는 것이 현명이라는 걸. 미국 시인 앤 섹스턴(Anne
Sexton: 1928-1974)이 얘기하는 사랑의 풍경처럼 사소한.
난 기억해
8월의 첫날쯤 되면
보이지 않는 딱정벌레들이
코를 골기 시작하고 풀잎들은
대마처럼 질겨져 무색이
되었어-- 기껏 모래 빛깔이었지
우린 6월 20일 이후론 줄곧
맨발이었어
(중략)
어느 날 내가 머릴 뒤로 모아
리본으로 묶자 당신이 말했지
내가 청교도 아가씨처럼 보인다고
내가 가장 선명히 기억하는 건
당신 방으로 가는 문이
내 방으로 가는 문이었다는 것.
I Remember
By the first of August
the invisible beetles began
to snore and the grass was
as tough as hemp and was
no color—no more than
the sand was a color and
we had worn our bare feet
bare since the twentieth
of June and there were times
we forgot to wind up your
alarm clock and some nights
we took our gin warm and neat
from old jelly glasses while
the sun blew out of sight
like a red picture hat and
one day I tied my hair back
with a ribbon and you said
that I looked almost like
a puritan lady and what
I remember best is that
the door to your room was
the door to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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