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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일기 257: 나의 꿈은 전문가 (2025년 6월 7일)

지난달 독일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트럼펫 주자로활동하는 지인이 한국에 왔을 때였습니다.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우리 동네 제 단골 카페로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조금 늦게 가서인지 카페에 손님이 없었습니다.커피를 마시고 맛을 칭찬하고 난 음악가는 생후 9개월된 아들 루드비히를 안고 카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루드비히? 루드비히 반 베토벤이 떠올랐습니다. 조금 있다 아기가 엄마에게 가겠다며 보채자 아이를아내에게 안겨준 후 그가 카페 주인에게 영어로 물었습니다. "여기 이 악기 만져봐도 되나요?"카페 주인이 그러라며 오래 쓰지 않아 쓸 수 없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그 카페의 단골이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 악기가 그 자리를 벗어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참 동안 악기를 만지작거리던..

동행 11:21:50

누가 지구를 위해 말할 것인가 (2025년 6월 4일)

의미 없는 소음이 지상의 삶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느낄 때는 책꽂이에서 칼 세이건 (Carl Sagan: 1934-1996)의 (코스모스)>를 꺼내어 아무 페이지나펼칩니다. 오늘 펼친 페이지는 338쪽입니다.'우리가 지구를 위해 말하지 않는다면누가 말하겠는가?' 라는 문장이 눈에들어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내일이 '세계 환경의 날 (World Environment Day)이네요. 든 무슨 책이든 지구와 기후에 대한 생각을 격려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환경운동에 관한 책을 읽어도 좋고, 신간 처럼 보다 근본적인 얘기를 하는 책을 읽어도 좋겠지요. '우리가 지구를 위해 말하지 않는다면 누가말하겠는가?' ... 지구뿐일까요? 누군가에 대해 혹은 무엇인가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우리'라면,..

오늘의 문장 2025.06.04

6월의 기억 (2025년 6월 1일)

6월의 첫날, 클로드 맥케이 (1890-1948)의 시 '유월의 기억 (A Memory of June)'을 읽다가눈이 젖었습니다. 눈을 씻어준 눈물이 영혼도씻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처럼 사람을 맑히우는것도 없을 겁니다. 30도 가까이 솟은 바깥 기온은더위를 주지만, 기억 속 사랑의 온기는 오히려가슴을 서늘하게 합니다. 6월이 우리 가슴 속죽었던, 혹은 잠자던 순수를 깨워주면 좋겠습니다. 클로드 맥케이는 자메이카 출신의 미국 작가로소설과 시로써 '할렘 르네상스 (Harlem Renaissance)'를 이끌었습니다. 할렘 르네상스는 1920년대와 1930년대미국 뉴욕 맨해튼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흑인 문화부흥운동입니다. 문학은 물론 학문, 음악, 미술, 패션과 사진 등 문화예술의 전 영..

오늘의 문장 2025.06.01

노년일기 256: 돈은 어디로 갔을까? (2025년 5월 29일)

고등학생 때 동네 초등학생을 가르쳤습니다. 대학생 때도 저보다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거나사회조사원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벌었고, 대학 졸업 전 신문기자가 되어 돈을벌었습니다. 결혼 전에 번 돈은 그대로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결혼 후에는 어려운 친정에 거의 매일 뭔가를사들고 들렀습니다. 저는 명품을 산 적이 없지만 어머니 아버지께는 좋은 것만 사드렸습니다. 직장생활에서나 직장 밖 생활에서나 돈은 거의 사람에게 썼습니다. 후배들의 월급이저보다 적으니, 저 사람이 나보다 어렵게 사니,밥을 사는 식이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후에도 방송을 진행하고 글을 쓰고 번역하여 돈을 벌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오랫동안 돈을 벌었는데저는 여전히 '가난'하다는 겁니다. 제 '가난'은 집을 소유한 ..

나의 이야기 2025.05.29

파란 하늘 큰 나무 아래 (2025년 5월 26일)

이 블로그를 찾아 주신 어떤 분 덕에 오래 전에 썼던 글을 만났습니다. 제가 룸메이트를 갖게 된 사연을 적은 글입니다. 오래 전에 가 본 여행지를 다시 찾은 기분이 들어 여기 옮겨둡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그런 기분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원래 제 아우인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와 제가 오래 전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한 평 반의 평화'에 "파란 하늘 큰 나무 아래'라는 제목으로 게재했던 것입니다. 이 블로그의 '오마이뉴스' 폴더에도 수록돼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김수자 씨의 그림입니다. 김수자 씨는 제 아우이지만 그도 환갑이 넘은 나이라 이름에 '씨'를 붙였으니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파란 하늘과 평상만 하던 큰 나무 그늘 ⓒ 김수자 그때도 나무들이 서둘러 몸을 키우고 있었으니 꼭 ..

동행 2025.05.26

싱가포르가 부러워 (2025년 5월 23일)

나라 안팎이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요즘친구 덕에 혼돈 속 길을 보여 주는 연설문을읽었습니다. 지난 4월 16일 로렌스 웡 (LawrenceWong) 싱가포르 총리가 S. 라자라트남 강연에서발표한 것입니다. 이 강연은 지난 2006년 별세한 존경받는 정치가이며 언론인이고 외교관인 S. 라자라트남을 기념해 매년실시됩니다. 싱가포르는 1965년에 독립해 올해 독립 60주년을 맞습니다. 웡 총리는 이 강연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질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싱가포르를 포함하는 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로시작하여,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세계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과같은 상황에서 우리, 자원이 없는 작은 아시아 국가와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

동행 2025.05.23

노년일기 255: 독수리처럼 (2025년 5월 20일)

대통령 후보들의 경력을 보며 짧지 않은 제 생애를 돌아봅니다. 신문기자, 통신기자,대사관 전문위원, 방송 진행자, 칼럼니스트, 아름다운서당 교수, 시인, 에세이스트, 번역자, 출간되지 않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온 줄 알았는데 제가 한 일은 오직 하나, 글 쓰는 일이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남과 있어도 홀로 있는 일, 매 순간 자신의 무지와 무식을 마주하는 일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엔 관성이 있으니사람들의 인생 또한 관성을 보여 줍니다.사기꾼들이 죽을 때까지 사기를 치는 식이지요. 그러니 저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글을 쓸 겁니다.가능하면 미국 시인 엘리너 와일리 (Elinor Wylie: 1885-1928)가 노래했던 '독수리'처럼 살면서. 독수리와 두더지 악취..

나의 이야기 2025.05.20

대통령 후보들의 관상 (2025년 5월 17일)

기호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2번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번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5번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6번 구주와 자유통일당 후보, 7번 황교안 무소속 후보, 8번 송진호 무소속 후보. 산책길에 나붙은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벽보를 보면'마흔이 넘으면 누구나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말이 떠오릅니다. 정말이지 얼굴처럼 노골적인 성적표는 없을 겁니다. 교활한 사기꾼 관상이 두엇 있는가 하면, 죽어도양심 따라 살 '꼴통'도 있고, 타고난 운이 좋아 벽보에낀 듯한 얼굴도 있습니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도록,혹은 대통령감으로 보이도록 '뽀샵'을 했겠지요.3번이 없는 이유는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이 후보를내지 않아서라고 합니다. 저도 한때는 관상 잘 ..

동행 2025.05.17

칸 국제영화제와 한국 영화 (2025년 5월 14일)

현지 시각 13일 프랑스 칸에서 국제 영화제가 개막했습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영화제입니다. 그러나 한국 영화는 3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칸에서 상영하는 한국 영화는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안경'과 허가영 감독의 단편 '첫여름'뿐입니다. 한국 영화가 이렇게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비평가들 중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영화산업 구조가 바뀌어서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그와 같은 변화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근본적 이유는 '돈'입니다.하고 싶은 말을 시네마라는 종합예술을 통해서 하고 싶은 사람들은 사라지고 '천만 관객'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 영화판을 점령했기 때문..

동행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