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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사진 (2024년 4월 22일)

봄 풍경 속 엄마는 벚꽃처럼 화사하고 튤립처럼 빛나지만, 나는 춥다. 이제 엄마는 언제나 엄마 이전이다. 봄으로 가지 않는 겨울. ​ 지난 2월 13일 94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2019년 이맘때 동네 안산 자락에서 웃으신다. 둘째딸 김수자가 자신의 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에 올린 사진: 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illustpoet&skinType=&skinId=&from=menu&userSelectMenu=true

나의 이야기 2024.04.22

홍세화 선생 별세 (2024년 4월 19일)

4.19 혁명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선생이 별세했습니다. 향년 77세. 봄꽃 세상을 두고 아주 떠나가기엔 좀 이른 나이입니다. 선생은 작년 1월 한겨레신문에 쓴 마지막 칼럼에 "마지막 당부: 소유에서 관계로, 성장에서 성숙으로'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 한때 민주주의적 진보를 주창하던 수많은 '운동가'들이 사람보다 소유를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상층부에서 활약하지만, 선생은 끝내 '소박한 자유인'으로, 이상을 실천하는 '장발장 은행' 대표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삼가 선생의 영면을 빌며, 한겨레에 실린 선생 별세 관련 기사를 조금 줄여 옮겨둡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인용문에 나오는 말없음표 (...)는 문장의 생략을 뜻합니다. https://w..

동행 2024.04.19

세월호 참사 10주기 (2024년 4월 16일)

잊고 살던 부끄러움이 살아나는 날입니다. 정치(政治)는 정치(正治)가 아니니 우리는 아마도 죽는 날까지 '왜' 세월호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모를 겁니다. 세월호 참사 덕에, 3백 명이 넘는 희생자들 덕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고 그 참사 덕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계에 진출한 사람도 여럿입니다. 그러나 그 정부와 그 정치인들은 '왜'를 밝히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 정부에 몸담았던 사람들과 그 정치인들중에 그 실패를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 수 있었지만 살 수 없었던 세월호 승객들에게 부끄러워하며 사는 사람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나이 들 시간, 자신의 몸이 자신의 정신을 배반하는 시간 혹은 자신의 정신이 자신을 배반하는 시간을 경험하지 못하고 죽은 단원고 학생들... 추하게 늙어 가는 욕망가들..

동행 2024.04.16

좋은 날 (2024년 4월 11일)

경기도 화성 함백산추모공원에 가는 길엔 봄꽃이 화려했습니다. 장례식장과 화장장, 봉안당이 함께 있는 함백산추모공원은 경기도의 6개 지자체가 함께 만든 시설이라고 합니다. 간선도로와 추모공원 주변에 흐드러진 벚꽃이 바람을 타고 눈처럼 날렸습니다. 아름다운 날이구나, 떠나기 좋은 날이구나, 살기에도 좋고 죽기에도 좋은 날이구나... 장례식장 사진 속엔 세 살 아래인 사촌 동생이 웃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열심히 당차게 살던 이정자... 어쩌다 한 번 만나도 살갑게 '언니 언니'하던 정자, 투병 중이면서도 지난 2월 우리 어머니 장례식에 와서 "고모가 돌아가셨는데 내가 당연히 와야죠" 큰눈으로 웃던 정자, 67년 생애 동안 온갖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꺾이지 않던 정자...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항암치료에 핏기 잃..

동행 2024.04.11

조깅을 해야 하나 (2024년 4월 1일)

2월 13일 어머니와 사별하고 3월 21일 어머니의 생신을 맞았습니다. 3월 31일 어머니의 묘소엔 그새 뿌리 내린 떼가 은은하게 아름다웠습니다. 4월 1일 오늘은 아버지의 생신입니다. 아버지 태어나시고 5년 후 어머니가 태어나셨지만, 두 분 모두 음력 2월생입니다. 두 분은 만우절 거짓말 같은 90여 년을 한 세상에서 보내시고 이제 닮은 흙집에 나란히 누우셨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에서 경찰관 663은 '실연을 하고 나면 조깅을 한다. 조깅을 하면 수분이 다 빠져나가 눈물이 나지 않을 테니까.'라고 말합니다. 저도 조깅을 해야 할까요?

나의 이야기 2024.04.01

봄아씨 꽃아씨 (2024년 3월 23일)

꽃마다 엄마 얼굴 엄마 목소리입니다. 지난 목요일이 엄마 95번 째 생신이었는데 저는 여전히 안개처럼 몽롱한 채 아무것도 못하고 아우 김수자가 자신의 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에 올린 엄마 기리는 편지와 그림만 옮겨둡니다. 박목월 시인의 시 아래 글은 김수자의 글입니다. 시 한편 그림 한장 봄 부르는 소리 - 박목월 종이에 분채, 부분 봄 부르는 소리 박목월 뒷산에는 눈 녹은 개울물 소리 돌돌돌 돌돌돌 봄을 부르네 봄아씨 꽃아씨 어서 오세요 꽃수레 꿈수레 타고 오세요 얼음이 풀려서 시냇물 소리 돌돌돌 돌돌돌 봄을 부르네 은실비 봄비를 앞장 세우고 봄아씨 꽃아씨 어서 오세요 산에도 들에도 꽃방석 펴면 우리도 즐겁게 봄잔치 하자 ----------------------------------------..

동행 2024.03.23

슬픔을 위한 자리 (2024년 3월 17일)

고아가 된 지 33일. 유명한 사람들의 삶을 엮은 기록이 역사라면 평범한 사람의 일생은 그가 겪은 슬픔의 기록일지 모릅니다. 낯선 고아 생활, 책과 음악 덕에 견디고 있습니다. '우리는 슬픔 속에서만' 자람을 기억하며 가슴 한쪽에 슬픔을 위한 자리를 내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HidJXZl8gc&ab_channel=JimmyStrain Peace of Mind You're not getting stronger or slower You're not growing, but just getting old You gotta set aside a spot for sorrow so you can live with it and have peace of mind We o..

동행 2024.03.17

엄마 손 (2024년 3월 8일)

어머니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동네 카페에서 둘째 동생을 만났습니다. 어머니는 2남 3녀를 두셨는데 다섯 자식들과의 관계가 다 달랐듯, 자식들이 기억하는 엄마 또한 다 다를 겁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생이 잃은 엄마도 제가 잃어 버린 엄마와 다르겠지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던 사람들이 20여 일 만에 만났지만,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습니다. 어쩌다 입을 열면 엄마 얘기 뿐이었습니다. 짧은 만남 후 집에 돌아와 동생의 블로그에 갔습니다. 거기 가면 엄마가 병실에 계실 때 동생이 사진으로 찍어 둔 엄마의 손이 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맛있는 음식과 깨끗한 옷으로 다섯 아이를 기르신 엄마의 손...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한 가계를 돕느라 여덟 살 때부터 일을 하신 우리 엄마의 손... 엄마, 보고 싶어요..

나의 이야기 2024.03.08

지나가는 것들 (2024년 3월 3일)

어머니 돌아가시고 19일, 19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어제 같기도 합니다. 이별이 낳은 침묵 속에서 저는 먼지처럼 일어났다 앉았다 합니다. 바쁠 것 하나 없는 세상입니다. 44. All that comes to pass is as familiar and well known as the rose in spring and the grape in summer. Of like fashion are sickness, death, calumny, intrigue, and all that gladdens or saddens the foolish. -- Marcus Aurelius, Meditations, Book IV 44. 지나가는 것들은 모두 봄의 장미와 여름의 포도처럼 누구나 아는 낯익은 것들이네. 병, 죽음..

나의 이야기 2024.03.03

우리 엄마 떠나가시네... (2024년 2월 13일)

어제 이 블로그에 어머니 얘기를 썼는데 오늘 어머니가 떠나가셨습니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시던 분답게 연휴가 끝나자 마자 돌아가셨습니다. 엄마를 비롯해 가족이 두루 세브란스병원과 인연이 깊어 세브란스 영안실에 모시려 하니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내일 하루만 문상객을 받기로 했습니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조의금은 받지 않습니다. 그동안 저희 어머니의 안부를 물어주시고 저를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합니다. 각자 계신 곳에서 이춘매 (1930-2024)여사의 명복을 빌어주십시오... 링크를 클릭하시면 저희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노래 '동무 생각(思友)'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dQf2hlIxxc&t=47s&ab_chan..

나의 이야기 202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