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 11

사랑해요, 수자님 (2022년 2월 27일)

수자는 변함 없는 따스함 수자는 활짝 열린 마음 수자는 소리 없는 참을성 수자는 성실한 예술가 사랑하는 제 아우 수자가 오늘부터 무균실에 머물며 새로운 반생을 위한 신체 정지(整地) 작업에 들어갑니다. 수자가 외롭고 고통스러운 한 달을 보내는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뿐... 천지신명이시여, 수자를 도와주소서... 같은 병을 앓는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게 하소서... 아래는 제 아우 김수자가 자신의 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에 올린 그림과 글입니다. 그림은 김수자가 한지에 채색으로 표현한 오규원의 시 '꽃과 꽃나무'이고, 시 아래 짧은 글은 김수자의 글입니다. 시 한편 그림 한장 꽃과 꽃나무 - 오규원 illustpoet ・ 2017. 4. 4. 18:02 URL 복사 이웃추가 한..

나의 이야기 2022.02.27

노년일기 109: 노인과 아이 (2022년 2월 23일)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들이 아기 낳을 곳을 찾지 못해 이 병원 저 병원을 헤매다가 보건소에서 낳거나 119 구급차에서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접하니 참 기가 막힙니다. 아기가 태어나지 않아 큰일이라면서, 출산율이 낮아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면서 용감하게 임신한 사람들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요? 이 소식을 들으니 세익스피어의 소네트 한 편이 떠올라 대충 번역해 옮겨둡니다. 소네트 2: When forty winters shall besiege thy brow, And dig deep trenches in thy beauty’s field, Thy youth’s proud livery, so gazed on now, Will be a tatter’d weed, of small worth held..

오늘의 문장 2022.02.23

노년일기 108: 천재 (2022년 2월 21일)

아, 2월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을 넘겨 자는 일이 잦아 내일이 자꾸 짧아진 2월... 1인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3주를 낭비했습니다. 천재가 아니면 성실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천재엔 적어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재능을 일찍 꽃피운 후 서둘러 이승을 떠나는 천재들과 나이 들도록 살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천재들... 재능을 일찍 꽃피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젊은 날의 성취와 영광을 잃거나 퇴색시키지 않고 영감을 주며 오래 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일찍 죽은 천재들은, 천재가 아닌 무수한 보통 사람들의 품평과 감식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면에서 운이 좋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단명(短命)을 꺼리지만, 단명의 장점은 영원히 늙지 않아 노화가 수반하는 퇴행을 실연(實演)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

나의 이야기 2022.02.21

종교가 권력을 만날 때 (2022년 2월 19일)

종교가 권력을 만나는 일은 잉크가 물을 만나는 일. 잉크가 물에 떨어지면 잉크는 사라지고 맑지 않은 물만 남습니다. 자신의 직분을 잊은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시끄럽고, 모든 가치가 '돈과 권력'으로 귀결되는 사회는 천박합니다. 건망증이 깊어지면 자신의 건먕증마저 잊게 됩니다. 천박한 사람의 특징은 자신의 천박함을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도 애국심 넘치는 국민들은 이 나라를 이렇게 정의하는 걸 싫어하겠지요? '대한민국: 건망증 말기 환자들과 권력과 돈 욕심에 찌든 졸부들의 놀이터'. 김택근의 묵언 종교계의 위없는 실세들 김택근 시인·작가 종교인들이 대통령선거판을 휘젓고 있다. 세속으로 내려와 특정 진영과 거래를 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교회와 사찰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도 있겠다. 종교와 권력이 ..

동행 2022.02.19

노년일기 107: 주름살 지운 교수님 (2022년 2월 17일)

제 주변에는 교수가 제법 여러 명입니다. 제 오빠처럼 세상 물정에 어두운 교수가 있는가 하면 장사꾼보다 돈을 잘 버는 교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주름살을 지우는 교수들도 적지 않습니다. 주름살을 지우는 건 물론이고 코를 오뚝하게 세우거나 듬성듬성해진 눈썹을 짙게 만들어 무서워 보이는 교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주름을 지운 교수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젊은 애들하고 있으려니 너무 늙어 보이면 안 되겠더라고." 단골 문방구 사장님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흰머리가 참 멋있는데, (저는) 노상 손님들을 접해야 하니 할 수 없이 염색을 해야 해요." 그곳은 아주 큰 문방구이고 손님들은 대개 필요한 뭔가를 사러 오는데, 사장님의 머리 색깔이 왜 문제가 될까... 의아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젊음 강박 혹은 추구..

나의 이야기 2022.02.17

노년일기 106: 내 몸은 소인국 (2022년 2월 14일)

콕콕콕 쿡쿡쿡 싸알싸알 탕 보이지 않는 일꾼들은 보이는 일꾼들보다 성실합니다 발가락 끝부터 머리끝까지 내 몸은 릴리퍼트 사람들보다 작은 일꾼들로 가득합니다 머리카락을 헤집어 보지만 콕콕콕 손은 보이지 않습니다 쿡쿡 싸알싸알 종아리 속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작은 일꾼들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고통의 생산이 부(富)나 성장과 통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일하느라 바빠 그날이 오는 걸 끝내 알지 못하는 걸까요 고통이 막강한 무기가 되어 국가의 붕괴를 초래하는 날?

나의 이야기 2022.02.14

헬렌 켈러: '삼일간 볼 수 있다면' (2022년 2월 11일)

글을 읽으며 부끄러움이나 슬픔을 느끼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요즘 읽은 글 중엔 헬렌 켈러 (1880-1968)의 글이 그랬는데, 그 글은 에 실린 짧은 에세이 'Three Days to See'로, 그가 1933년에 쓴 것입니다. 생후 19개월에 열병을 앓고 시력과 청력 모두를 잃은 켈러가 '3일간 볼 수 있게 된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자신이 겪고 있는 장애와 비장애인들에 대해 쓴 글입니다. 3일 동안 볼 수 있다면 첫날은 자신을 지도해 준 앤 설리번 선생을 찬찬히 본 후 자연을 보고, 둘째 날엔 자연사박물관과 미술관에 가고, 셋째 날엔 음악회와 영화관에 가고 싶다고 쓰여 있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그의 지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기적 자체인 사람... 글이 있어 그와 동행할..

동행 2022.02.11

카타르 월드컵과 인권 (2022년 2월 9일)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베이징 동계 올림픽 중계가 한창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은 100퍼센트 인공눈 위에서 치러지는 최초의 올림픽입니다. 이 인공눈을 만드는 데 4천900만 갤런(1억8천549만L)의 물이 필요하며 이 물은 1억명이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올림픽 못지않게 축구팬들을 열광시키는 월드컵이 세계와 지구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합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으며 앞서 이런 기록을 세운 국가는 5개 국뿐이라고 합니다. 올림픽, 월드컵... 세계 무대에서 겨루는 선수들 개개인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이 '축제'는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 무엇인가를 빛나게 하기 위해 희생된 사람들과 자연 때문입니다. 시선 카타르 월..

동행 2022.02.09

오래된 수틀 -- 나희덕 (2022년 2월 6일)

쪽파나 알무(표준어: 총각무)를 다듬거나 구멍 난 양말을 기울 때면 바하나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그러면 노동의 시간이 음악 감상 시간이 되어 어깨 아픈 것도 허리 아픈 것도 모릅니다. 수를 놓을 땐 어떨까요? 그때도 음악을 틀어 놓는 게 좋을까요? 아니, 그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수를 놓는 것은 힘들어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시간이고 창조의 시간은 단순 노동의 시간과는 다를 테니까요. 아래 작품과 시는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시시한 그림일기'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우리의 나날도 이 작품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맨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시 한편 그림 한장 오래된 수틀 - 나희덕 illustpoet ・ 2017. 3. 3. 18:39 URL 복사 이웃추가 캔버스에..

동행 2022.02.06

노년일기 105: 노인과 원로 (2022년 2월 4일)

오늘은 올해의 첫 절기인 입춘(立春), 봄이 들어서는 날이지만 기온은 한낮에도 영하를 맴돌 거라 합니다. 이름은 대개 명칭일 뿐 이름이 현실과 일치하는 건 오히려 드문 일입니다. 아침 신문에서 한 '원로'의 책 광고를 보았습니다. 워낙 오래 사신 분이라 제 생애 전체가 그분 생애의 일부에 해당되고 제 친구들 중엔 그분의 제자들도 있습니다. 그분은 수십 년 동안 같은 말씀을 되풀이하며 사시는데 이번에 나온 책에도 그런 말씀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자가 원로인데다 책을 출간한 출판사가 유명한 출판사이니 잘 팔리겠지요. 그런데 그 소식을 접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건 왜 그럴까요? 연세가 많은 분이면 으레 '원로'라 부르는 게 우리 사회의 풍토이지만 노인이라고 다 '원로'는 아닐 ..

나의 이야기 202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