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08: 천재 (2022년 2월 21일)

divicom 2022. 2. 21. 12:02

아, 2월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을 넘겨 자는 일이 잦아 내일이 자꾸 짧아진 2월...

1인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3주를 낭비했습니다.

천재가 아니면 성실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천재엔 적어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재능을 일찍 꽃피운 후 서둘러 이승을 떠나는 천재들과

나이 들도록 살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천재들... 

 

재능을 일찍 꽃피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젊은 날의 성취와 영광을 잃거나 퇴색시키지 않고

영감을 주며 오래 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일찍 죽은 천재들은, 천재가 아닌 무수한 보통 사람들의

품평과 감식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면에서 운이 좋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단명(短命)을 꺼리지만, 단명의 장점은

영원히 늙지 않아 노화가 수반하는 퇴행을

실연(實演)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단명했던 천재들 중엔 오래 살았다면 

천재라는 이름을 잃었을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수는 축복이라고 하지만 젊은 날 재능을 꽃피운 천재에게는

대개 재앙입니다. 늙어가는 천재는 자신만 못한 비평가들의

먹이가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취가 젊은 천재들에 의해

지워지는 것을 보아야 하고, 정신과 육체를 갉아먹는 노화와도

싸워야 합니다.

 

그러니 늙은 천재는 늙은 둔재보다 불쌍하고, 

요한 볼프강 폰 괴테나 빅토르 위고처럼 평생 천재로 인정받는

사람은 드뭅니다.

 

아, 다행히도 저는 천재가 아니고 저의 적도 저 하나뿐입니다.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낭비를 줄여야겠습니다.

저만치 3월이 전속력으로 달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