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 13

좌표 찍기 (2022년 3월 30일)

'좌표'는 수학 시간에 처음 접한 단어입니다. 수학 용어답게 가치 중립적이던 이 단어가 지난 몇 년 사이엔 국민을 편 가르는 표현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 표현은 '좌표를 찍다'입니다. 이 어구의 뜻은 '자신과 같은 정치사회적 성향의 사람들에게 공격해야 할 기사나 콘텐츠의 인터넷 주소를 알리는 것'입니다. 어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좌표 찍기의 대상이 되면 거기에 수많은 공격적 댓글이 달려 계정의 운영 자체를 어렵게 합니다. 이것은 21세기 첨단 기술 덕에 가능해진 '집단 폭력 행위'로서 실제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집단 폭력 행위보다 훨씬 많은 피해자를 생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기 검열을 강화시키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새로운 폭력을 막..

동행 2022.03.30

음식물 쓰레기로 '인공 등유' 를! (2022년 3월 28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식당에 가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만 식당에 가면 가능한 한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아무리 귀한 음식도 식탁을 떠나는 순간 쓰레기가 되니 가능한 한 그걸 막으려는 것이지요. 한국은 반찬을 많이 먹는 나라답게 음식물 쓰레기도 많이 배출합니다. 1인당 연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134킬로그램이나 되고 거기서 발생하는 온실 가스가 222킬로그램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음식물 쓰레기가 무서워 먹고 싶은 것을 참을 필요가 있느냐고 묻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사료로도 쓰이고 비료로도 쓰이니 걱정 말고 먹다 남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출을 줄이는 게 재활용보다 쉬운 게 음식물 쓰레기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놀라운 기사를 보았습니다. 영국 공군이 음식..

동행 2022.03.28

선과 악, 모두 진화한다 (2022년 3월 26일)

세상의 선(善)은 진화하고 악(惡)은 진화하지 않았으면, 선인의 수는 늘고 악인의 수는 늘지 않았으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나은 곳이 되었을까... 이것은 소용없는 혹은 어리석은 가정입니다. 역사는 이미 선과 악이 함께 진화했음을 증명하니까요. 그래도 아직은 선인이 악인보다 많을 겁니다. 악이 선보다 수적으로, 혹은 양적으로 적다 보니 악이 더 큰 글씨로 기록되는 것이겠지요. 사유와 성찰 전쟁으로 병든 문명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은 인류가 축적한 전쟁의 비열함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먼저 역사상 가장 긴 체제였던 왕권국가들이 취했던 약육강식의 전쟁이다. 세계 대다수의 국가가 민주국가로 전환되었음에도 그 악습이 유전되고 있다. 국가의 민주주의는 있지만 여전히 세계의 ..

오늘의 문장 2022.03.26

안중근 의사의 가족 사진과 유묵 (2022년 3월 24일)

안중근 (安重根: 1879-1910). 듣기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오르는 이름. 대한제국의 주권을 빼앗는 데 앞장선 일본제국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 (伊藤博文: 1841-1909)를 1909년 10월 26일 아침 러시아제국 하얼빈 역에서 사살한 대한의용군 참모중장. 안중근 의사 가족 사진첩과 유묵, 리움미술관 기술로 보존처리 안 의사 순국 112주기 맞아 삼성문화재단,보존처리지원 내년 3월 작업 마치고 인계 사회공원 사업의 일환 안중근 의사의 가족 사진. 부인 김아려 여사와 두 아들의 모습이다. [사진 한국화랑협회] 안중근 의사 가족 사진첩. [사진 한국화랑협회] 1910년 안중근(1879~1910)의사는 목숨을 건 하얼빈 의거를 앞두고 동지 정대호에게 부탁해 부인과 두 아들..

오늘의 문장 2022.03.24

나랑 결혼하고 싶으면 (2022년 3월 21일)

오늘은 춘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절기입니다. 내일부터는 하루 중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집니다. 어둠이 짧아지니 잠은 줄이고 활동은 늘여야겠습니다. 활동 중에서 제일 즐거운 일은 재미있는 책을 읽는 일. 요즘 읽은 셸 실버스틴 (Shel Silverstein: 1930-1999)의 재미난 시 한 편 옮겨둡니다. 실버스틴은 로 잘 알려진 작가입니다. My Rules If you want to marry me, here’s what you’ll have to do; You must learn how to make a perfect chicken-dumpling stew. And you must sew my holey socks, And soothe my troubled mind, And deve..

오늘의 문장 2022.03.21

노년일기 113: 봄비 (2022년 3월 19일)

눈물 같고 마침표 같은 비가 혹은 날고 혹은 떨어집니다. 하얗게 젖은 세상 속에서 포크레인이 작동합니다. 아, 집 하나가 사라지는 중입니다. 예술가 주인이 살았을 때는 철철이 옷을 갈아입으며 아름답던 집... 몇 해 전 그이가 죽은 후엔 버려진 아이처럼 추레하던 집... 남은 가족들 사이에 유산 싸움이 붙었다는 소문 속에 어느 날 문득 수의 차림이 되더니 오늘 빗속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부자가 삼대를 못 가고 빈자가 삼대를 안 간다'더니 아름다운 집은 이대도 가지 못하는가... 무너지는 집 마당의 숱한 나무들 저 포크레인 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느낄 공포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아마도 한참 그 집이 섰던 길 쪽으론 가지 못할 겁니다. 나무들이 섰던 자리에 또 하나 높은 건물이 지어지고, 그 집이 누구..

나의 이야기 2022.03.19

노년일기 112: 그 집 앞 (2022년 3월 16일)

오래 전 어떤 집에 사는 이를 보고 싶어 그 집 앞을 서성인 적이 있습니다. 저를 보고 싶어 제 집 앞을 서성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시간은 그리움이 쌓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집에 살던 이는 떠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럴 때 그 집 앞을 서성이는 건 지나간 날들로의 여행이고 재회를 꿈꾸는 시간입니다. 우리 가족과 15년을 산 '꼬미'가 저 세상으로 간 지 20년이 되어가지만 저는 아직 그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산책길에서 개나 강아지, 고양이들을 만나면 늘 꼬미가 떠오르고 잘해 주지 못한 게 미안합니다. 요즘은 '흰둥이'네 집 앞을 서성이는 일이 잦습니다. 흰둥이는 하얀 개여서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흰둥이의 가족들은 다르게 부르겠지요. 어떤 종인지는 알 수..

나의 이야기 2022.03.16

쑥맥, 쉽상, 산수갑산 (2022년 3월 15일)

국립 국어연구원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44만여 개의 주표제어 중 약 57퍼센트가 한자어이며, 거기에 한자어와 고유어가 결합한 복합어를 더하면 그 비율은 더 올라간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한자어를 빼면 우리말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한자를 아는 한국인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한자를 몰라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의 수는 늘고 있습니다. 잘못된 공교육의 탓이 크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경향신문 '우리말 산책' 같은 칼럼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러고 보니 '산책'도 '다행'도 한자어네요! 한자를 알아야 우리말 ‘쑥맥’에서 벗어난다 엄민용 기자 사람들이 너나없이 쓰더라도 표준어가 되기 어려운 말들이 있다. 한자말인 경우가 대표 사례다. 한자 각각의 음을 밝혀 적어야..

동행 2022.03.15

윤석열, 윤서결, 윤성녈 (2022년 3월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곧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린다고 합니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지명해 대통령직 승계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인수위원회 구성원들을 발표할 때 잊지 말고 한 가지 사항을 정리해 주길 바랍니다. 바로 당선자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국내외 방송사들, 심지어는 한 방송사의 다른 기자들이 '윤석열'을 다르게 발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윤성녈'이라고 발음하지만 어떤 출연자들은 '윤서결'이라고 발음합니다. 위키백과에는 '표준 발음 윤서결'이라고 나와 있는데, 당선자 자신이 당선 전 SBS의 '집사부일체'에 출연했을 땐 자신의 이름을 '윤성녈'이라고 발음했습니다. 국어사전엔 어떻게 나와 있는지 알고 싶어 '석열'을 찾아보니 그런 단어는 없습니다. 발음이 비슷..

동행 2022.03.13

노년일기 111: 눈물 없이 (2022년 3월 11일)

오늘은 법정 스님이 돌아가신 날입니다. 이곳을 떠나신 지 꼭 12년. 그 12년 동안 이 나라엔 여러 가지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났는데, 그 중 하나는 공적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는 어른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지난 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선거 유세 도중에도 공적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는 인사가 여럿이더니, 어제 오전엔 선거 결과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던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읽다가 눈물을 흘려 브리핑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공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국민의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웃을 수 있는 건, 그 눈물과 웃음이 국민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눈물과 웃음은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것이라는 말은 어린아이에게나 해당됩니다. 성인들은 당연히 때와 장소를 가려..

나의 이야기 2022.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