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늘 우울합니다. 지나간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는가, 그래서 지금 어디에 이르렀는가... 그런데 오늘 새벽 기도를 하다가 문득 웃었습니다. '내일은 새날'이라는 평범한 깨달음 때문입니다. 요즘 들어 부쩍 쉬이 지치는 육체와 금세 흐트러지는 정신을 탓하며 그때, 자고 나면 바로 회복되던 시절에 좀 더 열심히 살지 그랬냐고 저를 꾸짖곤 했는데, 이젠 그러지 말아야겠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아흔에 타계하신 아버지나 백 번째 생신 지나 별세하신 어머님, 올해 아흔 셋이 되시는 어머니처럼 산다면 제게는 아직도 많은 '새날'들이 남아 있습니다. 부스러지는 육체와 정신을 단단히 붙잡아 태어날 때 지니고 왔으나 살며 잃어 버린 지혜와 현명을 다시 찾으려 노력하겠습니다. 혹시 제가 그분들만큼 살지 못한다 해도,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