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14

노년일기 99: 내일은 새날 (2021년 12월 31일)

연말은 늘 우울합니다. 지나간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는가, 그래서 지금 어디에 이르렀는가... 그런데 오늘 새벽 기도를 하다가 문득 웃었습니다. '내일은 새날'이라는 평범한 깨달음 때문입니다. 요즘 들어 부쩍 쉬이 지치는 육체와 금세 흐트러지는 정신을 탓하며 그때, 자고 나면 바로 회복되던 시절에 좀 더 열심히 살지 그랬냐고 저를 꾸짖곤 했는데, 이젠 그러지 말아야겠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아흔에 타계하신 아버지나 백 번째 생신 지나 별세하신 어머님, 올해 아흔 셋이 되시는 어머니처럼 산다면 제게는 아직도 많은 '새날'들이 남아 있습니다. 부스러지는 육체와 정신을 단단히 붙잡아 태어날 때 지니고 왔으나 살며 잃어 버린 지혜와 현명을 다시 찾으려 노력하겠습니다. 혹시 제가 그분들만큼 살지 못한다 해도, 그래..

나의 이야기 2021.12.31

노년일기 98: 무지 일기 (2021년 12월 29일)

도대체 무얼 하며 살아온 걸까 아는 것이 너무 적어 안다는 말을 버려야 하네 하루도 빼지 않고 살았는데 아는 것이 없으니 삶은 학교가 아니네 지나간 날들이 그렇다면 오는 날들은 어떨까 오 년이 오면 십 년이 오면 무언가 알게 될까 무지가 빙하 같으니 정신은 새벽 버스 꼴 넉넉한 건 오직 겨울 해 얼리는 한숨뿐이네!

나의 이야기 2021.12.29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2021년 12월 27일)

코로나19와 그것이 수반한 무수한 고통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NASA (미국 항공우주국)가 개발한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James Webb Space Telescope)'이 지난 25일 (현지 시각) 발사되었습니다. 이로써 2021년은 제임스 웹 발사 성공의 해로 역사에 기록될 겁니다. 암초는 많고 방해 또한 끊이지 않지만 인류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동료 인간들로 인한 실망과 절망을 겪으면서도 인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거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135억년 전 우주 기원 밝힐 '제임스 웹 망원경' 발사 성공 인류의 '타임머신' 성탄절에 우주로 허블망원경보다 100배 높은 해상도 적외선으로 더 먼 곳까지 탐지 가능 빅뱅 후 초기 별·외계행성 관측 임무 美·유럽·加우주국 1996년부터 시작 수명 10년...

오늘의 문장 2021.12.27

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 (2021년 12월 24일)

예수는 12월 25일에 태어나지 않았고 12월 25일이 아닌 다른 날이 크리스마스인 나라도 여럿이고 내일 한국의 크리스마스 아침엔 기온이 영하 14도로 곤두박질칠 거라 하지만, 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 그분의 이름이 무엇이든, 그분의 생일이 언제든 인간 정신의 정화를 보여주신 그분의 오래 전 도착을 축하하며, 그분을 흉내 내려는 사람이 좀 더 많아지길 기원합니다. 우리말 산책 예수는 12월25일 태어나지 않았다 엄민용 기자 25일은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Christ)에 가톨릭 예배의식을 뜻하는 말(mass)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이를 X-MAS라고 쓰기도 하는데, 이때의 X는 그리스도를 뜻하는 그리스어 크리스토스(XPIΣTOΣ)의 첫 글자다. 크리스마스는 노엘(프랑스..

오늘의 문장 2021.12.24

노년일기 97: 누구나 겪는 일 (2021년 12월 22일)

가끔 저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픽 웃을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겪는 일을 혼자 겪는 것처럼 곱씹으며 슬퍼하거나 화 내는 걸 볼 때입니다. 감기부터 암까지 몸과 정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온갖 질병들, 시험 낙방, 투자 손해, 텅 빈 지갑, 행인을 넘어뜨리거나 놀래키는 보도블럭, 횡단보도를 침범해 들어온 자동차, 불친절한 식당 주인이나 마트 직원, 어깨에 뽕을 넣은 공무원, 직책이 요구하는 일은 잘못하면서 직책이 부여한 권한 이상을 휘두르는 사람, 아랫사람의 공을 가로채는 상사,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 남보다 나를 모르는 가족, 연애나 결혼 실패, 이별과 사별... 누구나 이런 일을 겪고 이런 사람들을 만납니다. 얕고 깊은 상처가 자리를 잡아 두고두고 괴롭습니다. 이 모..

나의 이야기 2021.12.22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2021년 12월 20일)

열흘이 지나면 2021년도 끝이 납니다. 어수선하게 시작된 한 해가 끝에 이르니 소란 또한 극치에 이른 것 같습니다. 엊그제 세상을 덮은 하얀 눈은 그 소란의 입을 막으려는 거대한 마스크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같은 겨울 아침, 컴컴하고 조용한 세상이 잠자는 아기처럼 사랑스럽습니다. 어두운 길의 끝, 문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베이커리 카페에 들어가 검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놓고 을 펼칩니다. 번역문은 어색하지만 의미는 카페인을 타고 스며듭니다. 손바닥만 한 책, 겨우 132쪽인데 며칠 걸려 읽었습니다. 프랑스어 원본을 우리말로 번역한 건지, 영어나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재차 읽는 일도 흔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번역한 ..

나의 이야기 2021.12.20

시민의 반항 (2021년 12월 16일)

정부가 '백신'과 '백신 패스'로 시민들을 지배하려 드는 것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시민의 반항'이 떠오릅니다. 반항할 힘이 없는 시민들조차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을 읽을 힘은 있기를 바랍니다. 말없음표는 문장의 생략을 뜻합니다. "'최소한으로 통치하는 정부가 최선의 정부'라는 주장을 나는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이러한 주장의 보다 신속하고 보다 체계적인 실현을 보고 싶다... 정부란 사람들이 서로 기꺼이 홀로 있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 채택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방편의 역할을 가장 잘 할 때, 정부는 피통치자들을 가장 잘 홀로 있게 한다..." -- , 범우신서 ----------------------------------------------------- 저는 누군가를 이롭게 할 능력이 없..

오늘의 문장 2021.12.16

아는 것의 힘 (2021년 12월 14일)

6시는 아침인데 밤처럼 캄캄합니다. 그래도 그 어둠 속으로 산책을 나서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그 어둠이 옅어지고 마침내 동쪽에서부터 밝은 빛이 솟아올라 어둠 전체를 지우리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6시의 어둠을 응시하다 단테 (Dante Alighieri: 1265-1321)의 신곡 (The Divine Comedy)을 펼치니 하필 48쪽입니다. 텔레파시는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책 사이에도 존재하는 걸까요? "The time was the beginning of the morning; And the sun was climbing in compamy with those stars Which were with him when the divine love First set those ..

나의 이야기 2021.12.14

겨울이 아름다운 이유 (2021년 12월 12일)

겨울은, 무수한 잔인함을 수반함에도 불구하고 아름답습니다. 겨울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와 비슷할지 모릅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생텍쥐페리의 에 나와 있습니다. 제 는 캐서린 우즈가 번역한 영역판으로 뉴욕 Harcourt, Brace and Company에서 나온 누렇게 변색된 책입니다. 그 책의 75쪽에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와 별들이 아름다운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어린 왕자가 말하는 이유를 듣다 보면 눈이 젖곤 합니다. "The stars are beautiful, becaue of a flower that cannot be seen." "별들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이야." "What makes the desert beautiful," said the litt..

나의 이야기 202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