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 지나면 2021년도 끝이 납니다. 어수선하게 시작된 한 해가 끝에 이르니 소란 또한 극치에 이른 것 같습니다. 엊그제 세상을 덮은 하얀 눈은 그 소란의 입을 막으려는 거대한 마스크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같은 겨울 아침, 컴컴하고 조용한 세상이 잠자는 아기처럼 사랑스럽습니다. 어두운 길의 끝, 문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베이커리 카페에 들어가 검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놓고 을 펼칩니다. 번역문은 어색하지만 의미는 카페인을 타고 스며듭니다. 손바닥만 한 책, 겨우 132쪽인데 며칠 걸려 읽었습니다. 프랑스어 원본을 우리말로 번역한 건지, 영어나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재차 읽는 일도 흔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번역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