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14

노년일기 96: 책 읽는 노인 (2021년 12월 9일)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오래 전에 졸업한 학교를 상기시킵니다. 십 대, 이십 대... 몸은 지금보다 나앗겠지만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해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산 날이 드물었습니다. 그때 저를 붙잡아준 건 도서관의 친구들, 바로 책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취직이 되던 시절이라 취업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텅 빈 도서관에 앉아 에머슨과 소로우를 읽으면 괴로운 실존과 피로한 현실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와 동시대를 산 사람 모두가 그런 위로를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7퍼센트만이 대학에 간다고 했으니까요. 대학 생활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에 보탰다고 해도 대학에 다닌다는 건 선택된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이었습니..

나의 이야기 2021.12.09

전두환들이 모두 죽기 전에 (2021년 12월 7일)

제가 사는 건물엔 열아홉 가구가 사는데 그 중 여섯 집이 조간신문을 구독합니다. 중장년층이 많아서 신문 보는 집이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기자생활을 하며 신뢰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신문을 보는 집이 여러 집이고 제가 보는 신문을 보는 집은 없는 듯합니다. 그래도 저는 새해에도 이 신문을 봐야겠습니다. 바로 이런 글 때문입니다. 신형철의 뉘앙스 전두환들이 모두 죽기 전에 모든 일이 너무도 짧은 시간 동안에 일어났다. 1995년 12월21일에 5·18특별법이 제정되었고, 1996년 1월23일 검찰이 전두환과 노태우를 내란죄 및 내란목적살인죄 혐의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전두환을 내란 및 반란의 수괴로 판시하여 사형 판결을 내렸는데, 2심에선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1997년 4월17일 대법원에서 ..

오늘의 문장 2021.12.07

실비아 플라스: "죽음은 예술" (2021년 12월 4일)

시는 달고나처럼 맛있습니다. 달고나를 매일 먹으면 안 되는 것처럼 좋아하는 시집도 가끔 보아야 합니다. 며칠 만에 의 Vol.2 "Contemporary Poetry"를 펼쳤습니다. 613쪽. 실비아 플라스 (Sylvia Plath: 1932-1963)의 '나자로 부인 (Lady Lazarus)'의 한 연이 훅 들어옵니다. "Dying is an art, like everything else. I do it exceptionally well." "죽음은 모든 것이 그렇듯, 예술이라네. 난 그걸 특별히 잘하네." 영어 단어 'art'는 흔히 '예술'로 번역되지만 '기술'의 뜻으로도 많이 쓰입니다. 연마해서 얻게 되는 기술이지요. 잘 죽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고 자살도 연습해야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겁니..

오늘의 문장 2021.12.04

잘 나이 든다는 것 (2021년 12월 1일)

왜 그랬을까요? 네이버 검색창에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치니 아침편지 사이트 링크가 나왔습니다. 링크를 클릭하니 제 책의 몇 구절이 소개돼 있었습니다. 정말 텔레파시라는 게 있는 걸까요? 아래에 오늘 자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옮겨둡니다. 거기 인용문의 세 번째 줄에 '쌓아지지만'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제 원문엔 '쌓이지만'으로 되어 있습니다. 문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잘못 옮겨진 것 같습니다. 아래 인용문은 졸저

동행 202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