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동아일보 인터넷판을 보니 설에 귀향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하는 젊은이가 많다고 합니다. 명절에 차비 써가며 집에 가느니 그 시간에 일해서 부모의 부담을 덜겠다는 효자 효녀들이라고 합니다. 효심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마음이 아픕니다. 설은 추석과 더불어 온가족이 함께 모여 즐기는 가장 중요한 명절인데 돈 때문에 그 명절마저 모르쇠해야 한다니 말입니다. 언제쯤이면 '부자 나라'의 젊은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나이든 사람들이 무엇을 잘못해서 나라가 이 모양이 되었을까요? 아래는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이화여대 2학년 A 씨(21)는 3일부터 한복을 입고 설 선물세트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한 할인마트에서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설 하루만 쉬고 연휴기간에도 일할 계획이다. 시급은 최저임금 4860원보다 많은 7000원이다. 광주가 고향인 A 씨는 부모님과 설 명절을 함께할 생각을 접었다. A 씨는 "KTX 왕복차비만 7만 원이 넘는다"며 "부모님이 45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주시는데 고향 갈 차비까지 달라고 할 염치가 없다"고 말했다. 주거비를 제외한 A 씨의 한 달 생활비는 25만 원. 아낀다고 아껴도 밥값, 책값, 교통비를 빼면 늘 부족한 탓에 그녀에게 귀향은 '사치'였다.
짧은 연휴 때문에 귀향을 포기한 20대가 늘어 아르바이트 자리도 부족했다. A 씨는 여러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전전하다 사전오기 끝에 붙었다. 그는 "연휴에 열심히 일해서 두 달 치 생활비를 꼭 벌겠다"고 말했다. 딸의 사정을 아는 부모도 광주에 오라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설 귀향을 포기한 채 아르바이트로 명절을 보내는 젊은이가 많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5, 6일 이틀간 서울 시내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 상점 등에서 일하는 50명의 젊은이를 인터뷰했다. 이들 대부분은 가족과의 정을 나눌 시간마저 포기한 채 명절에 번 돈으로 부모의 부담을 덜겠다는 '효자 효녀'였다. 백화점에서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하루 9시간을 서서 제품을 홍보하는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채용사이트 '알바몬' 관계자는 "올 설은 귀향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택한 젊은이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며 "경제난과 더불어 연휴가 3일밖에 되지 않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완구업체는 마트에서 설날 당일 완구판매를 도울 아르바이트생 1명을 뽑았는데 무려 90명이 이력서를 냈다.
젊은이들이 가족과의 명절 대신 아르바이트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학비 마련 때문이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슈퍼마켓에서 참치선물세트를 팔고 있는 이모 씨(19·여)는 "하루 9시간 일해 일당 6만 원을 버는데 착실히 모아서 대학 등록금에 보태고 싶다"며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치킨집에서 일하는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도 귀향 대신 알바를 택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모 씨(26·여)는 "백수 처지로 대구 고향집에서 부모님이나 친척들 눈치 보는 것보다 서울에서 일하며 용돈도 벌고 취업을 준비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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