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새해 소망 (2013년 1월 11일)

divicom 2013. 1. 11. 01:05

공무원연금공단이 발행하는 '월간 공무원연금' 1월 호에 제 에세이가 실려 여기 옮겨둡니다. '새해 소망은 무엇입니까?'라는 제목과 중간 중간에 있는 소제목은 월간 공무원연금 편집진이 정했습니다. 이 글은 공단 홈페이지 www.geps.or.kr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새해 소망은 무엇입니까?

 

제게는 두 분의 어머니가 계십니다. 두 분 모두 건강하신 편입니다. 내년에 아흔아홉이 되시는 어머니는 평생 편한 삶을 추구하셨습니다. 자신이 편하기 위해 아이들의 소망을 꺾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편한 삶이 행복한 삶은 아닌가봅니다. 어머니의 새해 소망은 저 세상으로 가는 것입니다.

 

다른 어머니는 여든넷이 되십니다. 어머니는 평생 바쁜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자녀 다섯을 다 키워 출가시켰지만 여전히 종종걸음 치시다 끙끙 앓기 일쑤입니다. 자녀들은 늘 일 좀 그만하세요!” 하지만 죽으면 썩을 몸아끼고 싶지 않다고 하십니다. 어머니의 소망은 애들에게 무슨 일 생기기 전에 지금 가는 것입니다.

 

솔제니친의 '암 병동' 이야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암병동>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옛날에 알라신이 모든 동물들에게 수명을 50년씩 나눠주고 나니 인간에겐 줄 건 25년뿐이었습니다. 신은 그거면 되었다고 했으나 인간이 너무 짧다고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신은 동물들에게 가서 재량껏 얻어 보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제일 먼저 만난 말에게서 25, 그 다음에 만난 개로부터 25, 마지막으로 원숭이에게서 25년을 얻어 총 100년의 수명을 확보했습니다. 그러자 신은 너는 처음 25년은 인간으로 살고, 다음 25년은 말처럼 일하고, 다음 25년은 개처럼 짖어라. 그리고 남은 25년은 원숭이처럼 웃음거리가 되어라.”라고 말했습니다.

 

젊어서는 재미있는 얘기라고 웃어넘겼지만 이젠 웃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인간과 말로 사는 50은 이미 지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개처럼 짖지 않고 원숭이처럼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두 분 어머니께는 죄송하지만 두 분과는 다르게 살고 싶습니다. 그럼 누구처럼 살아야 할까 생각하니 스콧과 헬렌 니어링 부부가 떠오릅니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 결정"

 

스콧 니어링(1883~1983)은 미국의 학자이며 저술가이지만 적극적인 사회운동가로 더 잘 알려진 사람입니다. 템플대학과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와튼비즈니스스쿨에서 공부한 경제학 박사로 와튼스쿨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강의하고, 많은 책을 써서 기회 균등, 시민의 의무, 민주정치, 인권 등에 대해 설파했으나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했습니다.

 

스콧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인생의 가치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것으로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첫째 아내와 사별한 후 오랜 친구이며 진정한 반려가 된 헬렌과 결혼했는데, 그때 그의 나이 64, 헬렌은 43세였습니다. 두 사람은 버몬트 숲속에서 농사지으며 사는 단순한 삶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스콧은 100세 생일 한 달 전 더 이상 먹지 않겠다고 말하고 음식 섭취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그는 100번 째 생일이 지나고 18일 되는 날 자신이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것과 비슷한 변화라고 말했던 죽음에게 갔습니다. 그의 100세 생일날 이웃사람들은 스콧 니어링이 백 년 동안 살아서 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되었다라고 쓴 깃발을 들고 축하했다고 합니다. 훗날 헬렌은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에서, “내 온갖 물음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현명한 연장자와 사는 것은 끊임없는 즐거움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개나 원숭이처럼 늙는 걸 피하려면...


저로 인해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게 하긴 어렵겠지만, 두 사람의 삶을 흉내 내다 보면 개나 원숭이처럼 사는 건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 새해 소망은 그들이 지켰던 지침들을 따라해보는 것입니다

 

밝은 쪽으로 생각하기. 깨끗한 양심. 바깥에서 일하기와 깊은 호흡. 금연. 커피와 차를 포함해 술이나 마약을 멀리함. 간소한 식사. 채식주의. 설탕과 소금을 멀리함. 저칼로리와 저지방. 되도록 가공하지 않은 음식물. , 의사, 병원을 멀리할 것. 집짐승을 기르지 말 것. 절대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말 것. 최저생계비가 마련되면, 먹고 남는 것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줄 것. 하루에 한 번은 철학, 삶과 죽음, 명상에 관심을 가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