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크나이트 라이즈 (2012년 7월 22일)

divicom 2012. 7. 22. 11:36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중 세 번째이며 마지막 편이 될 것으로 보이는 ‘The Dark Knight Rises’가 개봉했습니다. 미국 뉴욕시에서 7월 16일에 첫 상영이 되자마자, 우리나라에서도 3일 후 개봉되자마자 완전 예매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슈퍼히어로물이 아닌 문명 비판적이며 정치적인 메시지로 가득한 ‘스크린 문학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적용될 수 있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영화의 우리말 제목입니다. 우리나라 극장에선 ‘다크나이트 라이즈’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는데, ‘Rises'를 왜 ’라이지즈‘로 하지 않고 ’라이즈‘로 했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라이지즈‘라고 하는 것보다는 ’라이즈‘로 하는 게 발음하긴 쉽지만, 발음의 편리라는 이유로 이런 잘못을 고의로 저질렀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원제의 ’The Dark Knight'가 삼인칭 단수여서 원제에도 ‘Rise'라고 하지 않고 ’Rises'로 한 것이니, 우리말로 옮겨 적을 때에도 ‘라이지즈’로 해야 맞는 것이지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국민의 영어 수준을 높이기 위해 영어 발음을 우리말로 옮겨 적을 때 정확히 해야 한다며,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 ‘오렌지’를 ‘아륀지’로 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아 국민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영어의 ‘orange'는 사람에 따라 ‘오렌지’로 읽기도 하고 ‘아륀지’로 읽기도 합니다. 그러니 ‘오렌지’로 쓰거나 ‘아륀지’로 쓰거나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Rises'를 ’라이즈‘로 쓰는 것은 분명한 잘못입니다. ‘라이지즈나 라이즈나 그게 그거지 뭘 그러느냐?‘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은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이 잘못된 표기는 발음의 잘못뿐만 아니라 문법의 잘못된 이해까지 초래할 수 있으니까요.


7월 20일 콜로라도의 오로라에 있는 센츄리 16 극장에서 이 영화가 심야 상영 중일 때 24세의 젊은이가 관객석에 총을 쏘아 10여 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습니다. 제임스 이건 홀름즈라는 이 젊은이는 자신이 배트맨 시리즈에 나오는 ‘죠커’라고 했다는데 제가 보기에 그의 행위는 영화를 ‘잘못 읽은 데’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글도, 아무리 좋은 영화도 잘못 읽고 잘못 보면 그 가치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제임스와 같은 젊은이 대신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진정한 메시지를 읽어내는 영화팬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