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스물셋의 영웅. 오늘 새벽 박태환 선수가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가 어제 예선에서 ‘실격’과 ‘실격 번복’이라는 상황을 겪지 않고 그대로 결승에 진출했다면 은메달 대신 금메달을 땄을지 모릅니다. 그랬다면 그는 금메달리스트가 되었겠지만 ‘영웅’이 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다섯 시간이나 부정출발 논란을 겪고 난 다음 결승에 진출했으니 그가 평소의 기량을 발휘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결승에서 2위를 하고난 박 선수는 "올림픽 은메달도 값진 결과고 이루기 어려운 것"이라며 "다만 아쉬운 것은 올림픽 2연패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실격 판정 논란이 결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으며 같은 아시아권 선수인 쑨양이 우승해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박 선수는 "아직 구간별 기록을 보지 못해 정확한 평가는 하기 어렵다“며 300m 이후 쑨양이 스퍼트하는 것을 보며 쫓아가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결국 졌기 때문에 자신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제가 박태환 선수를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의연함 때문입니다. 그는 패배의 원인에 대해 얼마든지 ‘핑계’를 댈 수 있는데도 ‘핑계’를 대는 대신 ‘자신의 부족’에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소인배가 판치는 나라에서 이런 ‘대인’을 보니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박 선수가 남은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든 따지 못하든, 그는 이미 저의 ‘영웅’입니다. 박태환 선수 덕에 아주 오랜만에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습니다. 박태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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