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다리야, 너는 참 좋겠다 (2012년 6월 9일)

divicom 2012. 6. 9. 23:42

오늘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이성복의 시: ‘다리야, 넌 참 좋겠다’를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는 시집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요즘 매우 짧은 바지나 치마를 입고 다니는 젊은 여성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본능을 잘 억제하지 못하는 남자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지만 입겠다는 사람을 입지 말라고 설득하긴 어렵습니다. 다리를 예뻐 보이게 하기 위해 지방을 제거하고 제모에 열을 올리는 여성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냥 두시지요. 생긴 모습에 자신감을 얹으면 누구나 볼 만한 사람이 됩니다. 자신감이 최고의 장신구이니까요.



다리야, 넌 참 좋겠다


악의 없는 언어는 어리석게 여겨진다. 주름살 없는 이마는

무감각을 나타내게 되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후손들에게’


선풍기 바람을 머리에 쐬니 정신이 하나 없고 이러다

감기 걸릴 것 같다. 선풍기 목을 꺾어 다리 아래로 쐬니

시원하기 그만이고 머리도 안 아프다. 다리는 머리가 없

으니 바람을 쐬어도 불평이 없고, 오히려 좋다고 한다.

다리에 바람 불면 머리는 즐겁고, 머리의 즐거움은 곧장

다리로 가니, 머리의 즐거움이 다리의 즐거움이다. 머리에

선풍기 바람을 쐬게 해서는 안 된다. 머리는 감기도 잘

걸리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도 감기도

머리가 대신 하니 다리야, 넌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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