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2012년 5월 12일)

divicom 2012. 5. 12. 23:59

오늘 아침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에서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유명한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를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를 읽다보면 언제나 우울해집니다. 브레히트가 히틀러 치하 독일에서 이 시를 쓸 때나 지금이나 서정시를 쓰는 일은 괴롭습니다. 가슴 속에서 흘러나오는 서정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잔혹하고 부당한 현실을 두고 서정을 노래하는 게 옳은 일인가 하는 회의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지탱하고 나아가게 하는 것은 정의감만은 아닐 겁니다. 때로는 서정이 우리를 숨 쉬게 합니다. 현실이 괴로울 땐 더욱!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처가 허리를 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 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 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위에 **로 표시된 '엉터리 화가'는 젊은 시절 화가 지망생이었던 히틀러를 뜻한다고 합니다.

정치사상범으로 체포 대상자가 된 브레히트는 1933년부터 15년간 망명생활을 했는데,

이 시는 1939년 덴마크에서 망명 중일 때 썼다고 합니다.